연예계가 또다시 ‘가짜 뉴스’에 들썩였다. 사건의 시작은 사소한 댓글일 수도, 해외발 영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불이 붙으면 검증되지 않은 단어들이 삽시간에 기사처럼 포장돼 대중 사이를 떠돌고, 결국 배우와 가수의 이름을 직접 겨냥한다.

그룹 베리베리 강민, 키스오프라이프 쥴리, 배우 박형식, 기은세까지 최근 몇 달간 여러 차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퍼지며 업계 전체가 몸살을 앓았다.

최근 불거진 사건은 국경을 넘어왔다. 중국 웨이보에 올라온 한 편의 영상은 화질이 흐릿했다. 일부만 잘려 있었지만 누군가 “베리베리 강민과 키스오프라이프 쥴리”라는 이름을 덧붙이자 곧장 SNS와 각종 커뮤니티로 퍼져나갔다.

술집으로 보이는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는 한 남녀의 모습이 ‘아이돌 열애설’로 둔갑한 것이다. 쥴리의 소속사 S2엔터테인먼트는 “현재 담당 법무 법인과 함께 자료를 수집·분석 중이며, 허위 사실 유포, 악의적 게시물 작성 및 확산, 인격권 침해 행위 전반에 대해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민의 소속사 젤리피쉬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악성 루머 유포자에 대한 제보를 받겠다고도 공지하면서 강력 대응 의지를 밝혔다. 불분명한 영상 한 편이 두 소속사의 대응을 갈라놓았고, 팬덤 역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배우 박형식도 피해를 입었다. 드라마 ‘트웰브’가 기대와 달리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하자, 일각에서 “박형식이 회당 4억 원을 받았다”는 루머가 나왔다. 올초 ‘닥터슬럼프’ 때 확산된 ‘박형식 회당 5억 원 루머’를 다시 떠올리게 만들었다.

소속사 레브엔터테인먼트는 즉각 부인하며 “사실과 다르다. 근거 없는 추측이 기정사실처럼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식 입장을 낸다”고 설명했다. 박형식이 작품마다 성실히 임하고 있음에도, 허위 정보가 그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였다.

기은세는 방송에 나와 이혼 관련 루머에 직접 입장을 밝혔다. 채널A 예능 ‘절친 토큐멘터리 4인용식탁’에서 박경림이 “예쁜 것만 보고 곱게 자란 부잣집 막내딸 같은 느낌이 있다”고 하자 기은세는 “대중이 보는 나와 실제 나는 다르다. 돈 많은 사람과 결혼해 혼자 잘 사는 모습까지 전 남편 덕분이라고 생각하더라”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나는 남의 것을 가진 적이 없다. 공짜로 얻어 살아본 적도 없다. 부모님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사람들이 SNS 안에서 떠도는 이야기들을 그대로 정보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누가 한 이야기인지도 모르는 내용이 마치 사실처럼 유통되면서 소문이 진실로 둔갑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실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단순히 나오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크로스 체크를 통해 정보가 제대로 검증되었는지를 판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