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의 보법이 다르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뜨겁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OST ‘골든(Golden)’은 ‘겨울왕국’ OST ‘렛잇고(Let it go)’의 계보를 잇는다. 글로벌 ‘국민 노래’에 가깝다.
‘골든’이 미국 내 최고의 토크쇼에서 울려퍼졌다. K-콘텐츠에 우호적인 미국 지상파 방송사 NBC의 심야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지미 팰런쇼)에서다. 지미 팰런 쇼는 할리우드 최고 스타들의 주요 홍보 무대이자, 음악·코미디·게임을 결합한 예능형 토크쇼로 글로벌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골든’을 불렀다. 헌트릭스의 실존 인물들이 라이브를 불렀다.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인 이재가 헌트릭스 리더 루미의 파트를, 오드리 누나와 레이 아미는 각각 미라와 조이의 파트를 맡았다.
검은색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 세 사람은 영어와 한국어 가사를 넘나들며 시원한 고음과 능숙한 호흡을 선보였다. 특히 파트를 맡은 인물과 같은 헤어스타일을 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관객석에선 뜨거운 반응이 터져나왔다.
헌트릭스는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5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MTV VMA)에 시상자로 나섰으나, 해당 무대에서는 시상만 했을 뿐 퍼포먼스는 보여주지 않았다. 이에 이번 ‘지미 팰런쇼’에서 세 사람이 실제로 보여주는 첫 완곡 라이브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무대에 앞선 토크도 흥미로웠다. ‘골든’의 공동 작곡가로 이름을 올린 이재는 ‘골든’ 창작 과정의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차를 타고 가다 즉석에서 ‘골든’의 멜로디를 떠올렸다고 했다.
이재는 “택시를 타고 치과에 가는 길에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들에게 ‘골든’ 노래를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영감이 떠올랐다”며 “곧장 휴대전화 음성메모를 켜고 입으로 멜로디를 녹음했다”고 회상했다.
이른바 국내 메가 히트곡에 꼭 따라붙는 ‘녹음실 귀신’ 에피소드도 꺼냈다. 이재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다 키가 큰 남자 귀신을 보기도 했다”며 “나중에 어머니에게 듣기로는 ‘곡을 녹음할 때 귀신을 보면 히트한다’는 한국 미신이 있다고 하더라. 귀신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드리 누나는 애니메이션에 김밥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어릴 적 기억을 꺼냈다. 참기름 향이 짙어 인종차별의 소재였던 김밥은 이제 세계 속의 음식으로 바뀌었다. 한국계 미국인들에게는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음식이다.
오드리 누나는 “다른 아이들이 냄새가 난다고 놀릴까봐 도시락통에서 몰래 김밥을 한 개씩 꺼내먹었던 기억이 나서 눈물을 흘렸다”며 “나를 포함한 많은 한국계 미국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의 인기는 국내외를 넘나든다. 차트는 전 세계를 집어삼켰다. 6월 공개된 작품임에도, 여전히 인기다. 빌보드 차트에서는 14주 연속 차트인 했다. 국내에서는 ‘골든’ 커버 러시 현상이 K팝 전반으로 번졌다. 소향을 비롯해 노래에 일가견이 있는 가수들이 ‘골든’을 불렀다. ‘커버 대회’라 불릴 정도로 뛰어난 가수들이 ‘골든’의 멜로디에 목소리를 얹었다.
앞서 매기 강 감독은 ‘골든’이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곡이라 했다. 오랜 고생 끝에 남긴 명곡이 엄청난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