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레전드 힙합그룹 에픽하이가 ‘상업용 믹스테이프’를 발매해 눈길을 끈다. ‘믹스테이프’는 힙합, 랩, 레게 등의 장르에서 아티스트가 무료로 공개하는 비상업적 음원을 뜻한다.

에픽하이는 지난 달 20일 새 앨범 ‘펌프’를 선보였다. 에픽하이 측은 “‘펌프’는 에픽하이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믹스테이프”라며 “에픽하이의 루키 시절을 연상케 하는 날카로운 애티튜드와 특유의 품격 있는 정서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 발매한 ‘믹스테이프’는 대개 비상업적으로 배포한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대표적인 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015년 리더 RM이 첫 믹스테이프 ‘RM’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과 2020년 슈가가, 2018년에는 제이홉이 각각 믹스테이프를 발매한 바 있다.

특히 슈가가 어거스트디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두 번째 믹스테이프 ‘D-2’ 수록곡 ‘대취타’는 비상업적 음원임에도 상업성이 짙은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했고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인 ‘빌보드200’과 ‘빌보드100’ 상위권에 랭크돼 “믹스테이프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에픽하이 측은 ‘상업용 믹스테이프’를 선보인 이유에 대해 ‘형식의 자유로움’을 들었다.

에픽하이 소속사 ‘아워즈’ 측은 “믹스테이프는 주제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아티스트가 하고 싶은 음악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하며 “그래미 수상자이기도 한 미국 래퍼 챈스더래퍼는 ‘믹스테이프’로만 앨범을 내고 있다. 이후 많은 래퍼들이 믹스테이프라는 이름 하에 자기 앨범을 내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취지를 전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도 이같은 에픽하이의 설명에 힘을 보탰다. 김평론가는 “과거에는 힙합 아티스트들이 타인의 노래를 샘플링해 무료 음원사이트에 홍보용으로 게시하는 비상업적 음원을 ‘믹스테이프’로 지칭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앨범단위의 진지한 음악이 아닌 EP 형태를 발표할 때 ‘믹스테이프’로 지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일례로 팝스타 드레이크가 지난 2009년 발매한 믹스테이프 ‘소우 파 곤’(So Far Gone)의 경우 정규앨범 수준의 18개 곡이 수록됐다”고 설명했다.

김평론가는 “에픽하이가 ‘믹스테이프’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자칫 용어 사용에 혼선을 줄 수는 있지만 모든 수록곡을 직접 작사, 작곡한 만큼 무게감 있는 정규앨범이 아닌 가벼운 느낌의 앨범”이라고 해석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도 “‘믹스테이프’라는 용어를 전통적인 의미와 달리 ‘상업적 음원’에 사용한 것은 아쉽긴 하지만 에픽하이의 초창기 거친 느낌을 담았다면 ‘믹스테이프’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일견 이해된다”고 분석했다.

에픽하이의 첫 믹스테이프인 ‘펌프’에는 더블타이틀곡 ‘안티히어로’와 ‘행복했습니다’(피처링 김종완 오브 넬) 등 총 9개 트랙이 수록됐다.

에픽하이는 신보 발매 뒤 지난 달 29일 마카오를 시작으로 아시아 3개 도시와 호주 4개 도시, 북미 23개 도시에서 진행하는 ‘에픽하이 더 펌프 투어 2024’에 돌입했다. 투어는 9월 25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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