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남자 400m 동메달
박태환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
예선 7위 턱걸이… 결승 기적 레이스
관중석 태극기 펄럭… '해냈다' 확신
한국 수영(경영)을 이끄는 김우민(22·강원도청)의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었다.
김우민은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라 데팡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경영 남자 400m 결승에서 3분42초50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김우민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박태환 이후 12년 만에 한국인 올림픽 400m 메달리스트가 됐다.
김우민은 50m 구간을 2위로 통과한 후 줄곧 자리를 지켰다. 350m 구간 이후 엘리야 위닝턴(호주)에게 역전을 허용했지만 메달권인 3위를 사수해 포디움에 올랐다.
예선 레이스와 180도 달랐다. 김우민은 27일 열린 예선에서 3분45초52의 기록으로 전체 7위에 자리하며 간신히 결승에 진출했다. 자기 최고 기록 3분42초42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김우민은 예선에서 부진한 뒤 "그래도 내가 오후엔 몸이 좋은 편이다. 더 좋은 레이스를 하지 않을까. 준비한 대로 결승전에서 다 쏟아붓겠다. 준비한 게 잘 통하면 좋겠다"면서 "오늘 레이스를 보니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막말로 내가 1등을 할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현실이 됐다. 예선과 비교해서 김우민은 3초02를 줄이는 기적 같은 레이스를 펼쳤다. 같은 날 열린 경기라는 게 믿기 어려울 정도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김우민은 "노력의 결실을 메달로 보상받아 기분이 좋다"면서 "나만의 수영을 하려고 노력했다. 초반 말려들지 않고 내 레이스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350m를 갈 때부터 굉장히 힘들었다. 마지막 턴을 한 후엔 사지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메달을 위해 감당해야 할 무게라고 생각했다. 잘 이겨낸 것 같다"고 기뻐했다.
장내엔 태극기를 든 관중이 여럿 보였다. 김우민은 "마지막 50m 구간에는 아무 생각 없이 터치패드를 빨리 찍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터치 후 오른쪽을 봤는데 태극기를 드신 분이 좋아하는 것을 봤다. 그걸 본 후 '해냈나'는 생각이 들었다"며 메달 획득 순간을 돌아봤다.
그는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시상대에서도 몇 번씩 울컥했다. 인터뷰할 때 터져 부끄럽다"고 말한 김우민은 "이런 것도 하나의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면서 다시 웃어 보였다.
김우민은 올림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200m, 800m 계영에도 출전하는 만큼 메달을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남은 레이스도 하고 싶다. 또 메달을 따고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 자신 있게 후회 없는 레이스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파리 | 정다워 기자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