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지만 포기는 없다.
여자핸드볼은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유일한 단체 구기 종목이다. 남녀 축구, 배구, 농구 등이 모조리 출전권을 놓친 가운데 여자핸드볼만이 파리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분투 중이다. 마침 지난 25일 조별리그 A조 첫 경기에서 독일에 23-22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8강 진출 희망을 키웠다.
기회는 충분했다. 28일 슬로베니아와의 2차전을 잡으면 2연승으로 6팀 중 4팀에게 주어지는 8강행 티켓을 잡는 분위기였다. 이날 경기가 열리는 아레나 파리 쉬드는 희망으로 부풀었다.
전반전 종료 시점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한국은 류은희와 강경민, 우빛나 등 간판 선수들의 활약으로 전반전을 12-14, 2점 차로 뒤진 채 마감했다. 이 정도 점수면 후반전을 통해 역전을 노릴 만했다.
기대와 달리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한국은 와르르 무너졌다. 후반 시작 후 10분간 무려 8골을 허용했다. 순식간에 12-21까지 벌어졌다. 추격이 쉽지 않은 차이였다. 결국 한국은 역전 없이 23-30으로 완패했다.
슬로베니아는 현실적으로 한국이 잡을 만한 상대였다. 3~5차전에서는 노르웨이와 스웨덴, 그리고 덴마크와 싸워야 한다. 노르웨이는 도쿄 대회 동메달 팀이다. 스웨덴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올랐다. 덴마크는 2년 전 유럽피언챔피언십에서 2위를 차지했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3위에 자리한 전통의 강호다. 누구 하나 승리를 노리기 쉽지 않다.
분명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표팀을 이끄는 스웨덴 출신의 헨릭 시그넬 감독은 끝까지 8강 진출을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북유럽 '통'인 만큼 정밀한 분석과 꼼꼼한 준비로 기적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시그넬 감독은 "독일전처럼 해야 승리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라면서도 "남은 세 경기 모두 강팀을 상대해야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파리 | 정다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