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도 중계방송으로 국민이 지켜봤으면.”

한국 남녀 선수 통틀어 12년 만에 올림픽 복싱 8강 진출에 성공한 임애지(25·화순군청)는 경기 직후 이렇게 말하며 스스로 책임감을 강조했다.

1999년생 여자 복서 임애지는 국내에서 각종 내홍과 더불어 대중이 외면하는 종목으로 추락한 한국 복싱에 희망의 주먹을 날렸다.

그는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복싱 여자 54㎏급 16강전에서 타티아나 레지나 지 헤수스 샤가스(브라질)를 4-1(30-27 30-27 30-27 30-27 27-30) 판정승으로 눌렀다.

앞서 여자복싱 간판 오연지(울산광역시)가 32강에서 우스이(대만)에게 패한 한국 복싱은 부전승으로 16강에 오른 임애지만 남은 상태였다. 보란 듯이 타티아나를 제압하면서 한국 복싱 선수로는 2012년 런던 대회 남자 라이트급 은메달리스트 한순철 이후 12년 만에 8강 무대를 밟게 됐다. 내달 2일 오전 4시4분 콜롬비아의 예니 마르셀로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와 4강 진출을 두고 격돌한다.

임애지는 지난 2017년 세계여자유스선수권에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기대주로 꼽혔다. 전남 화순초등학교 5학년 때 취미로 글러브를 낀 그는 중학생 때 정식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화순군수배 등 지역 대회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보였다. 고등학생(전남기술과학고) 시절엔 전국 대회를 줄지어 제패하면서 1인자로 통했다. 아웃복서로 빠른 스텝을 활용한 왼손 스트레이트가 주무기다.

그런 그가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나는 데 장애물이 된 건 올림픽 체급을 갖추지 못한 국내 환경이다. 한국 여자 복싱은 전국체전 등 국내 종합대회 체급이 올림픽, 세계선수권 체급과 다르다. 선수 수급 부족을 이유로 임애지의 체급이 없다. 그는 전국체전에서 오연지가 버티는 60kg급으로 올려 뛴다. 매번 오연지에게 우승을 내주면서 빛을 잃었고, 국내에서 그만큼 대우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실망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싸움을 이겨냈다. 진흙 속에 피는 연꽃처럼 올림픽 무대에서 미소 지었다. 올림픽 복싱은 3,4위전이 없어 한 번만 더 이기면 메달을 품을 수 있다.

2년 전 러시아 하바롭스크 국제대회에서 카스타네다의 경기를 지켜봤다는 인천시청 김원찬 감독은 “남자 선수 못지않은 힘과 저돌성을 지녔다”며 “임애지도 공격적인 스타일이니 초반부터 경기 운영을 다각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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