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전 예상한 金 5개 넘겨
종합 순위도 한 자릿수 가능성
"금메달 5개, 종합 순위 15위권을 예상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20위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지난 4월 2024 파리올림픽 개막 D-100 국가대표 격려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엘리트 체육은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인구 소멸에 따른 스포츠 인구 감소와 학업 병행 등 여러 이슈로 선수의 실력이 과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선전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3년 전 도쿄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 등 총 2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의 메달 기대치는 더 낮았다. 3년 사이 한국 체육계에 나아진 게 없기 때문이다. 목표 자체가 현저하게 낮은 배경이다.
우려 속 개막한 파리올림픽에서 한국은 목표를 조기에 달성했다. 개막 7일 차인 1일 현재(한국시간)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로 메달 20개를 따냈다. 중국과 프랑스, 일본, 호주, 영국 등에 이어 6위에 자리하고 있다. 금메달 개수는 이미 도쿄 대회와 같다. 아직 양궁 혼성, 개인전이 남아 있고, 배드민턴, 탁구, 태권도 등도 메달 가능성이 있는 만큼 메달 개수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예상과 달리 종합순위 한 자릿수도 가능해 보인다.
역사적인 올림픽 누적 메달 300개 고지에도 올랐다. 대회 전까지 한국은 금메달 96개, 은메달 91개, 동메달 100개로 총 287개의 메달을 보유했다. 1일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 300번째 메달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앞서 사격의 반효진이 통산 100번째 금메달을 따낸 후 찾아온 경사였다.
뿐만 아니라 레젱발리드(양궁)와 그랑 팔레(펜싱), 아레나 파리 쉬드(탁구) 등 여러 곳에서 메달이 쏟아지고 있다. 파리는 아니지만 먼 샤토루에서도 연일 낭보를 들려줬다.
체육회와 각 기관의 노력이 빛나고 있다. 체육회는 전초 기지를 마련해 적응과 훈련을 도왔다. 대한양궁협회, 대한사격연맹, 대한펜싱협회 등은 다양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대회를 준비하는 데 적극 지원했다.
선수들의 노력과 각 조직의 지원이 어우러져 파리를 축제의 현장으로 만들었다.
파리올림픽을 통해 한국 체육의 힘과 저력을 새삼 느끼게 된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한국 스포츠는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며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정치와 체육행정, 어른들의 인식만 뒷받침되면 지속가능한 스포츠강국 입지를 굳힐 것이라는 기대감이 싹튼 파리다.
파리 | 정다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