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헝가리와 결승서 1점 리드 때 투입
거칠게 상대 공략하며 6점 차 벌려
추격 흐름 끊어낸 '신스틸러' 역할
현 軍 신분… 조기 전역까지 겹경사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도경동(25ㄱ국군체육부대)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4강전을 마친 후 취재진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도경동은 이날 열린 8강 헝가리전, 4강 프랑스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베테랑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과 에이스 오상욱, 그리고 컨디션이 좋은 박상원(이상 대전시청)이 두 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결과도 좋았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도경동 입장에서는 피스트 위에 서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게 분명하다. 그는 솔직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기회가 왔다. 1일(한국시간) 열린 헝가리와 결승전에서 7바우트 펜서로 피스트에 섰다.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결승에 오른 전통의 강호 헝가리는 강했고, 도경동은 30-29 1점 차로 앞선 시점에 경기를 시작했다.
예상 밖 전개가 이뤄졌다. 도경동은 시작부터 거칠게 크리스티안 라브를 공략했다. 순식간에 5득점하며 35-29, 6점 차로 벌렸다. 라브를 비롯한 헝가리의 베테랑 펜서들조차 당황했다. 경기 흐름은 완전히 한국 쪽으로 넘어왔다. '슈퍼 조커' 도경동이 만든 흐름이다.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그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신스틸러'의 깜짝 활약 덕분에 한국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뉴 어펜저스'가 완성한 역사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도경동은 "정말 자신이 없었다, 질 자신이"라며 여유롭게 웃었다. 그는 "들어가면서 이기고 올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놨는데 다행히 지켰다. 내가 어떤 놈인지 보여줄 수 있어 기분이 좋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금메달을 통해 현재 군인 신분인 그는 조기 전역한다. 병역 특례를 통해 예정일인 올해 10월이 아닌 8월 중으로 민간이 된다. 도경동은 "기분이 정말 좋다. 꿈만 같다. 나와서 펜싱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도경동의 활약을 놀란 마음으로 지켜본 사람이 있다. 바로 원우영 코치다. 원 코치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도경동의 투입 시기를 고민하다 7바우트에 투입했고, 이 작전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원 코치는 "솔직히 5-0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5-1이나 5-2 정도가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도)경동이가 너무 완벽하게 분위기를 바꿨다. 소름이 돋았다. 그 선택을 한 나도 미친 줄 알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경동이가 들어가면서 나에게 손가락질하더라. 자신감 있는 표현이었는데, 거기서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신뢰를 보였다.
도경동을 향한 원 코치의 칭찬은 끊이지 않았다. 그는 "경동이는 정말 최고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다. 성실하고 인성도 좋다. 꾸준히 훈련에 매진하는 선수다. 앞으로 훨씬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파리 | 정다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