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언니 윤지수, 4강전부터 전은혜에게 바톤 터치
여자 사브르 단체 '최초 銀'… 성공적인 세대교체
한국 여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이 우려를 뒤로하고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여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결승에서 우크라이나에 42-45로 아쉽게 패해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은메달이라는 역대 최고 성적으로 올림픽을 치렀다.
대표팀은 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세대교체에 돌입했다. 올림픽 유경험자는 윤지수(31ㄱ서울시청) 한 명뿐이고, 전하영(23ㄱ서울시청)과 최세빈(24ㄱ전남도청), 전은혜(27ㄱ인천시중구청) 등 큰 대회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이 합류해 대회를 준비했다.
우려하는 시선도 많았다. 여자 사브르는 펜싱 대표 종목이다. 3년 전 도쿄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땄다. 그 멤버 중 윤지수만 남았으니 걱정할 만했다.
걱정은 필요 없었다. 개인전에서 최세빈은 4강에 진입했다. 아쉽게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포디움 직전까지 가는 기대 이상의 실력을 과시했다. 단체전에서는 더 큰 희망을 쐈다. 미국, 그리고 종주국이자 홈팀인 프랑스를 압도하며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 가서도 8바우트까지는 리드했다. 우크라이나 전설의 펜서 올가 하를란의 벽을 넘지 못해 역전패했지만, 의미가 큰 메달이었다.
맏언니 윤지수는 세대교체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8강 미국전에만 출전하고 4강 프랑스전부터는 전은혜에게 피스트를 넘겨줬다. 그는 "후배들이 너무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친구들은 앞으로 다음 올림픽을 가야 되니까. 내가 그 자리를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자신보다 팀의 미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일단 메달 색을 바꾼 것만으로도 정말 기분이 좋다. 이 친구들의 다음번 메달은 금메달로 딸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며 "나는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 올림픽에서 윤지수는 후배들을 먼저 생각했다.
최세빈은 "전체적으로 우리 모두를 칭찬하고 싶다. 다 같이 열심히 운동했는데 한국 사브르 역사를 쓸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웃었다. 전은혜 역시 "4년 뒤에 금메달을 따려고 이번엔 은메달을 딴 것이라 생각한다. 팀 모두 든든하게 잘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힘"이라며 다음 LA올림픽을 기약했다.
여자 사브르 단체전을 끝으로 한국의 펜싱 일정은 마무리됐다. 남자부에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딴 가운데 여자 단체전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하며 성공적인 대회를 치러냈다.
나머지 종목에서 메달이 나오지 않은 게 아쉽지만, 파리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린 것은 분명하다.
파리 | 정다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