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전서 94연승 세계 최강 잡고
인도 여자 레슬링 선수 비네슈 포카트
올림픽 최대 이변+드라마틱 엔딩 연출
인도 역사상 첫 레슬링 금메달이 눈앞에 있었다. 그러나 사라졌다.
94연승을 달리며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세계 최강자이자 일본 레슬링 간판 스타인 스사키 유이를 1회전에서 쓰러뜨리며 올림픽 최대 이변을 연출했던 인도의 여자 레슬링 선수 비네슈 포가트가 연이어 8강전, 4강전에서 승리한 후 결승전을 앞두고 실격처리됐다.
이미 은메달을 확보해놓고 인도 여자 레슬링 첫 금메달을 바라본 포가트였다. 그러나 여자 레슬링 자유형 50kg급 결승전을 앞둔 계체량에서 100g 초과, 결국 실격 처리됐다.
인도 의료 책임자는 "포가트가 탈수를 막기 위해 약간의 물을 마셨는데 이후 체중이 평소보다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포가트는 평상시 체중이 55, 56kg 정도이며 50kg급에 출전하기 위해 일주일 동안 식단 조절, 사우나 등 여러 방법으로 체중을 맞췄다. 포가트는 체중을 줄이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고 옷을 줄이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으나 결국 100g을 줄이지 못해 실격 처리되며 어떤 메달도 가져갈 수 없게 됐다.
세계 최강 스사키에게 처음으로 외국선수에게 패하는 굴욕을 안기며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으나 결승전 매트에 설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이다.
포가트는 2016년 개봉한 인도 영화 '당갈'의 실제 스토리 주인공이다. '당갈'은 인도에 최초로 레슬링 국제대회 금메달을 안긴 세 부녀의 실화를 담은 영화로 인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 스토리다. 레슬링 선수였던 마하비르 포가트는 아버지의 반대로 국제대회 메달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레슬링을 포기했다. 대신 아들을 레슬러로 키워 메달 꿈을 이루려했으나 딸 네 명만 나온 탓에 좌절됐다.
그런데 두 딸이 또래 남자 아이를 때리는 것에 잠재력을 발견하고 레슬링 훈련에 돌입했다. 마하비르의 두 딸 기타 포가트과 바비타 포가트는 인도 레슬링 국가대표가 됐고 2010년 영연방 경기 대회 여자 레슬링 55kg급과 51kg급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냈다. 인도에서 레슬링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스포츠였기 때문에 포가트 집안이 인도 레슬링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했다.
마하비르의 동생 라지팔에겐 프리얀카 포가트와 비네슈 포가트라는 두 딸이 있었다. 그런데 라지팔이 둘을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하면서 형 마하비르가 두 조카를 거둬 딸로 키웠다. 그렇게 해서 기타와 바비타, 리투, 산기타 등 마하비르의 친 딸 네 명과 마하비르가 키운 조카 프리얀카와 비네슈까지 6명의 여성이 모두 마하비르 아래 레슬러가 됐다.
인도 레슬링계에 반향을 일으킨 포가트 집안은 세계 최고 무대까지 뒤집어놓았다.
그리고 7일 6명 딸 중 하나인 비네슈가 첫판에서 세계 최강 스사키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면서 인도 역사상 첫 레슬링 금메달을 예고했다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