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손석구만큼 근래 화제작을 연이어 쏟아낸 배우도 없다. ‘범죄도시2’(2022) 강해상으로 ‘천만 배우’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D.P.’(2021) ‘나의 해방일지’(2022) ‘D.P. 2’(2023) ‘댓글부대’ ‘카지노’ ‘살인자ㅇ난감’(2024) ‘천국보다 아름다운’(2025) ‘나인퍼즐’에 이르기까지 영화·OTT를 가지리 않고, 쉴새없이 달려왔다. 그래서일까. 손석구는 ‘재충전’을 선언했다.

손석구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쉬지 않고 작품하고 있지만 약속된 작품이 끝나고 나면 꽤 오래 공백을 가질 생각”이라며 “예전에는 다작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했다. 그동안 배우는 게 신났지만, 이제부터 의미 있는 발산이 중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더는 아닌 거 같아요. 다작할 때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거든요. 다른 방식으로 연기해 보면서 변화를 줄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가령 ‘살인가ㅇ난감’(장남감)과 ‘나인 퍼즐’(한샘)은 같은 형사지만, 연기 방향은 판이하게 달랐다. 전자가 연쇄살인범을 뒤쫓는 거친 형사의 느낌이라면, 후자는 영민한 프로파일러를 받쳐주는 형사로 분했다. 둘의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뚜렷하게 보인 이유다.

손석구는 “차이점은 만드는 게 아니라 찾는 것이다. 한샘은 현실과 판타지 중간 지점에서 펼쳐지는 곳에 있는 인물”이라며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맞추려 했다. 오랫동안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주변에서 ‘요즘 뭐해?’하고 물어보면 ‘나인 퍼즐’밖에 안 한다고 했어요. 웰메이드 추리물에서 튀지 않고, 작품 재미를 끌어내기 위한 연기가 필요했죠. 윤종빈 감독이 워낙 경험이 많고 원하는 게 명확해요. 결과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도 확실하게 알죠. 제가 그만큼 믿고 연기만 하면 됐어요.”

‘원톱’에 대한 욕심은 없다. 여러 배우와 함께해야 시너지가 난다고 믿는 편이다.

손석구는 “2000년대 초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남자 배우 원톱 작품이 매우 많았다. 저는 업계에서 흔히 얘기하는 1번 배우는 아니었다”며 “영화 ‘댓글부대’가 그나마 원톱에 가깝지만, 그것도 여러 명(김성철, 홍경, 김동휘)이 같이 해서 끌렸던 작품이다. 그런 이야기 속에서 제가 보탬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호흡을 맞춘 김혜자에 대한 존경심도 표했다. 손석구는 “다른 작품 들어갈 때마다 한 번씩 찾아뵙는다. 김혜자 선생님처럼 순수하게 연기를 하자는 다짐”이라며 “연기와 삶이 다르지 않은 분이다. 앞으로 남은 연기 인생에 큰 스승님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손석구는 자신을 기억해 준 팬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겼다. 그는 “제 작품이 재밌든 재미없든 봐주시는 분이 1호 팬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시나리오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꿈도 있다. 안 해본 것에 대한 도전”이라며 공백기 동안 계획도 덧붙였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