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美2연전 1승1무 마무리

축구대표팀 ‘홍명보호’가 주장 손흥민(LAFC), 스트라이커 오현규(헹크)의 연속골을 앞세워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를 몰아붙였지만 아쉽게 비겼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 A매치 평가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사흘 전 24년 만에 A매치에서 미국을 제압(2-0 승)한 한국은 이날 멕시코를 맞아 후반 추가 시간까지 2-1로 앞서며 2006년 2월16일 친선전 1-0 승리 이후 19년 만의 승리에 다가섰다. 그러나 막판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달 A매치 2연전에서 스리백 전술 실험과 더불어 북중미의 강호이자 내년 월드컵 개최국 두 팀을 상대로 무패를 기록,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홍 감독은 미국 원정 2연전이 월드컵 본선 체제로 향하는 첫 걸음인 점을 고려해 멕시코전 선발진에 큰 변화를 줬다. 사흘 전 미국전과 비교해서 스리백 요원 김민재, 이한범을 제외하고 9명을 바꿨다. 공격진엔 오현규가 원톱으로 포진한 가운데 배준호와 이강인이 좌우 측면에 섰다. 중원은 ‘혼혈’ 카스트로프가 첫 선발 기회를 잡았고 박용우와 호흡을 맞췄다.

미국전에서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펼친 한국은 기동력이 좋은 멕시코를 의식해 무리하게 전진하지 않으면서 공수 균형을 유지했다.

전반 4분 멕시코는 발빠른 윙어 이르빙 로사노의 측면 돌파를 앞세워 스트라이커 라울 히메네스의 슛으로 예열했다. 한국은 수비 블록으로 저지했다. 1분 뒤엔 에릭 산체스가 오른발 슛을 시도했는데 골키퍼 김승규가 잡아냈다.

초반 위기를 넘긴 한국은 반격했다. 중원에서 카스트로프가 공을 따낸 뒤 이강인에게 연결, 그가 공격으로 올라선 오른쪽 풀백 김문환에게 연결했다. 김문환이 골대 정면으로 낮게 깔아찼다. 이때 배준호가 노마크 기회를 잡았는데 오른발 슛이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20분에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이강인이 중원에서 왼발 아웃프런트로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오현규에게 침투 패스했다. 오현규가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을 파고들어 골키퍼와 맞섰는데 왼발 슛이 골문 오른쪽으로 물러났다.

기회 뒤 다시 위기였다. 멕시코는 2분 뒤 기어코 선제골을 낚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풀럼의 주전 공격수인 히메네스가 클래스를 뽐냈다. 동료가 중원에서 골문 앞으로 차올린 크로스 때 김민재의 방어에도 돌고래처럼 솟아 올라 골문 오른쪽 구석을 노린 헤더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A매치 118번째 경기에서 43호 골을 넣었다.

한국은 반격했으나 멕시코 수비 대형에 고전했다.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이는 데 애를 먹었다. 자연스럽게 윙백의 전진도 원활하지 않았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변화를 줬다. 배준호를 빼고 손흥민을 투입했다. 미국전에서 최전방을 책임지며 선제 결승골을 넣은 그는 왼쪽 윙포워드로 나섰다. 또 카스트로프 대신 김진규가 중원에 투입됐다.

손흥민은 후반 3분 만에 왼쪽 측면에서 위협적인 드리블 돌파와 슛을 뽐냈다. 멕시코도 후반 10분 로사노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어 위협적인 슛을 시도하는 등 양 팀은 힘겨루기했다.

다만 한 골 앞선 멕시코는 손흥민의 존재를 의식해 전반보다 전진하지 않고 미드필드진부터 수비망을 펼쳤다.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감독은 후반 16분 전방 3명 공격수를 모두 바꿨다. 최전방에 산티아고 히메네스, 윙어에 알렉시스 베가, 디에고 라이네스를 투입했다.

교체로 효과를 본 건 한국이다. 후반 20분 빽빡한 멕시코 수비에 고전하던 한국은 오른쪽 측면에서 김문환이 골문 앞으로 크로스했다. 이때 오현규가 상대 수비와 공중볼 경합했다. 공이 왼쪽으로 떨어졌다. 손흥민이 위력적인 왼발 논스톱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A매치 136번째 출전으로 차범근, 홍명보 감독과 한국인 최다 출전 공동 1위를 달성한 그는 자축하듯 득점포를 가동했다. 미국전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이자 A매치 통산 53호 골이다.

멕시코 수비는 지속해서 손흥민의 왼쪽 지역에서 부담을 느꼈다. 거친 태클로 받아쳤다.

홍 감독은 후반 28분 윙백 자원을 교체했다. 이명재, 김문환을 빼고 이태석, 정상빈을 내보냈다.

오름세를 탄 한국은 결국 점수를 뒤집었다. 후반 30분 중원에서 이강인이 역습 기회에서 다시 오현규에게 뒷공간 패스를 보냈다. 오현규가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을 파고들었고 상대 센터백 요한 바스케스의 견제를 따돌리며 오른발 슛했다. 공은 멕시코 골문 왼쪽 구석을 갈랐다. 전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그는 역전골로 만회했다. A매치 통산 5호 골(21경기).

순식간에 두 골을 허용한 멕시코는 추격 속도를 높였다. 한국 수비는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후반 44분 히메네스가 위협적인 왼발 터닝 슛을 때렸지만 김승규가 쳐냈다. 수세시 5-4-1 대형을 유지하는 등 약속한 조직적인 수비를 펼친 한국은 한 골 차 리드를 유지했다. 다만 멕시코는 저력이 있었다. 후반 추가 시간 히메네스가 후방 긴 패스 때 떨어진 공을 따낸 뒤 장기인 왼발 슛으로 한국 골문 왼쪽을 갈랐다.

결국 양 팀은 두 골씩 주고받으며 비겼다. 한국으로서는 아쉬운 무승부다. 그러나 북중미 원정에서 1승1무를 기록하면서 월드컵 본선 희망을 밝혔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