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저스, 리그 최강 선발 4명 앞세워 2년 연속 WS 우승 도전
캐나다 유일팀 토론토는 끈끈한 타선으로 32년 만에 영광 재현 시동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맞붙는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WSㄱ7전 4승제)는 오타니를 둘러싼 두 팀의 '악연'으로 더욱 이야기가 풍성해진다.
토론토는 2023년 12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왔던 오타니 쟁탈전에 뛰어들어 실제로 영입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그러나 10년 7억달러에 지급 유예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다저스에 밀려 눈물을 삼켜야 했다. 슈퍼스타 영입전에서 패했던 토론토는 차근차근 전력을 재구축했고,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에게 14년 총액 5억달러(7천150억원) 장기 계약을 안겼다.
그리고 게레로의 활약 덕분에 1993년 이후 32년 만에 WS에 진출했으니, 토론토가 2년 전 오타니 영입전에서 밀린 게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오타니와 게레로를 '얼굴'로 내세운 두 팀은 2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리는 1차전을 시작으로 '가을의 고전'(Fall Classic)에 들어간다.
정규시즌 승률에 따라 '홈 어드밴티지'를 잡은 토론토가 1∼2, 6∼7차전을 홈인 로저스센터에서 치르고, 3∼5차전은 다저스 홈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다저스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자 통산 9번째 WS 우승에 도전하고, MLB 30개 구단 중 유일한 캐나다 팀인 토론토는 1992년과 1993년 연속 우승 이후 32년의 세월을 건너 역대 3번째 우승을 목표로 한다.
투타를 겸업하는 다저스 간판 오타니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슈퍼스타다운 면모를 마음껏 뽐낸다. 포스트시즌 성적은 타자로는 타율 0.220(41타수 9안타)에 5홈런, 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67이며, 투수로는 2경기 2승 무패 12이닝 19탈삼진 평균자책점 2.25다.
무엇보다 밀워키 브루어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고서 타자로 홈런 3방을 터트리며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하루'를 만들어냈다. 토론토가 자랑하는 게레로 주니어는 올가을 가장 뜨거운 타자다.
포스트시즌 11경기에서 타율 0.442(43타수 19안타), 6홈런, 12타점, OPS 1.440으로 상대 투수를 폭격했다. 오타니가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과 3홈런으로 그날 하루를 완벽하게 지배했다면, 토론토 게레로는 이번 시리즈 전체를 지배하는 타자다.
수많은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다저스의 우세를 점친다.
다저스는 압도적인 전력을 앞세워 밀워키와의 NLCS를 단 4경기 만에 끝냈고, 토론토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7차전 혈투 끝에 어렵게 WS 티켓을 얻었기 때문이다.
실제 다저스는 지난 17일 NLCS를 끝내고 일주일 넘게 쉬고 WS 1차전을 맞는다.
이 때문에 온라인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 전문가 10명 가운데 8명은 다저스 우승을 점치고, ESPN이 자체적으로 고안한 시뮬레이션 시스템으로 돌린 결과 다저스의 우승 확률은 59.6%다.
일찍 시리즈를 마친 다저스는 WS 1차전부터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돌릴 수 있다.
다저스는 이미 블레이크 스넬,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1차전과 2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그리고 3차전은 타일러 글래스노우, 4차전은 오타니가 선발 마운드를 맡을 전망이다.
다저스는 이 조합으로 올해 정규시즌 승률 1위 팀인 밀워키를 4승 무패로 돌려세웠다.
이들 4명은 올해 포스트시즌에 64⅓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40으로 호투했고, 피안타율은 0.132에 그쳤다. 여기에 사사키 로키가 마무리 투수 자리에서 7경기 3세이브 평균자책점 1.13으로 활약한 덕분에 다저스는 약점마저 사라졌다.
토론토는 게레로를 주축으로 한 타선이 어떻게든 다저스 마운드에 균열을 내야 승산이 있다.
다저스 투수들은 토론토 주포 게레로 주니어와 무리해서 정면으로 대결하는 건 피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볼넷으로 나갔을 때 뒤를 받치는 알레한드로 커크, 돌턴 바쇼, 보 비솃 등이 해결사 노릇을 해줘야 승산이 있다.
토론토 마운드에서는 올해 싱글A부터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초고속으로 승격한 신예 트레이 예새비지가 기대를 모은다. 토론토는 이번 WS에 케빈 고즈먼∼예새비지∼셰인 비버∼맥스 셔저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유지할 전망이다. 2차전 선발이 유력한 예새비지는 올해 정규시즌에선 단 3경기에 등판했고, 포스트시즌에는 3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4.20으로 호투했다.
1차전 선발로 나설 전망인 고즈먼과 예새비지 모두 스플리터가 주 무기인 선수다.
이들이 오타니와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등 다저스 주축 타자들을 얼마나 묶어놓을 수 있느냐가 이번 시리즈 향방을 결정할 전망이다. 다저스와 토론토의 WS 맞대결에는 한국 야구와 얽힌 인연이 적지 않다. 우선 다저스 내야수 김혜성은 WS 엔트리 진입이 목표다. 이번 가을 팀의 대주자 요원으로 꾸준히 함께하는 김혜성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 대주자로 나가서 결승 득점을 했다. 그 경기가 김혜성의 유일한 포스트시즌 출전이었다.
다저스가 워낙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며 NLCS를 통과한 터라, 김혜성은 출전할 기회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