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55대 대한축구협회장 당선… '4연임' 성공
1차 투표서 156표 압도적 득표… 임기 2029년까지
정부 철퇴 종목 중 유일하게 생존… 각종 정책 탄력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 문제의 반 해결… 소통 약속

이변은 없었다.
종목단체장 선거 중 가장 높은 관심을 얻은 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결자해지(結者解之)'를 외친 정몽규(63) 회장이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4선에 성공했다. 선거를 앞두고 스스로 마지막 임기를 외친 그는 다시 한번 한국 축구 수장직을 유지, '축구대통령' 행보에 나섰다.
기호 1번으로 출마한 정 회장은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협회 회장 선거에서 유효 득표 183표(선거인단 192명) 중 156표를 얻어 85.7%의 지지를 얻었다. 기호 2번 신문선 후보는 11표(6%), 기호 3번 허정무 후보는 15표(8%)에 각각 그쳤다. 무효표는 1표다. 1차 투표에서 득표율의 과반을 가볍게 넘기며 당선한 정 회장은 즉시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는 2029년 초 정관이 정하는 정기총회까지다.

◇ 정부 철퇴 종목 중 유일하게 정권 연장

이번 선거는 정 회장이 지난해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장, 김택규 전 대한배드민턴협회장과 더불어 경기단체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특별감사를 받은 터라 더욱더 시선이 쏠렸다. 특히 이 전 회장과 김 전 회장은 앞서 차기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했다. 축구계도 정권 교체가 되지 않을지에 관심이 컸다. 그러나 득표율에서 입증하듯 축구계는 '정 회장 외엔 대안이 없다'는 데 견해를 모았다.
대한체육회 신임 회장에 당선한 유승민 회장만 하더라도 체육계 '40대 대표 기수'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일 뿐 아니라 IOC 선수위원, 대한탁구협회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인물이다. 참신함과 검증받은 행정력이 돋보였다. 그러나 축구계는 영향력을 지닌 다수 젊은 축구인이 훈수꾼 노릇만 할뿐 총대를 메고 수장직에 도전하려는 이가 없었다. 다수 선거인은 지난 임기부터 천안 축구종합센터, 디비전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국제축구연맹(FIFA) 등 국제 축구계와 꾸준히 교류해온 정 회장이 가장 안정적으로 협회를 끌어갈 리더라는 데 공감했다. 정 회장은 역대 최고 투표율 속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데 탄력을 얻을 전망이다.

◇ 4선했지만 허니문은 없다

4선의 문을 열었지만 예고대로 숱한 과제가 존재한다. 최대 관건은 정부와 관계 회복이다. 정 회장은 지난 3기 체제에서 범죄 축구인 기습 사면 사태 등 여러 행정 난맥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정치권에서도 이슈화해 지난해 국정감사장 선 적이 있다. 반면 다수 축구인은 독립성과 자립성을 지닌 종목단체 행보를 좌지우지하려는 일부 정치인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실제 종목단체 운영에 이해도가 떨어지는 정치인의 비난으로 축구 뿐 아니라 여러 단체가 피해를 본 것도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문체부는 협회가 핵심 사업인 축구종합센터의 국고 보조금 56억원을 유용했다고 감사로 지적, 회수와 더불어 과징금까지 매겼다. 정 회장에 대한 징계까지 요구하고 있다. 정 회장은 "정부와 관계는 소통이 중요하다.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하면 오해를 풀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화할 뜻을 보였다.
정 회장 스스로 인정한 협회의 소통법도 개선돼야 한다. 정 회장 3기 체제는 '귀를 닫은 조직'으로 불렸다. 주요 현안에 대한 미디어, 팬의 비판에 '무대응 원칙'을 고수했다. 기습 사면 후폭풍 등도 이런 자세를 고수하다가 떠안은 참혹한 결과다. 정 회장은 "협회는 서비스 단체다.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문제의 반이 해결된다"며 조직 개혁을 통해 달라질 것을 약속했다.

김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