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90분이었다. 열심히 싸웠지만 가장 중요한 승리가 다가오질 않았다. 유효슛이 이번에도 0개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은 결국 최종전인 5일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결판나게 됐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신태용 감독의 사령탑 데뷔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수적 우세 속에서 이란전 4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나고, 러시아행을 조기에 확정지을 좋은 찬스를 맞았으나 마지막 한 방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신태용호'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이란과의 9차전 홈 경기에서 전·후반 90분을 활발하게 누볐으나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국은 4승2무3패(승점 14)를 기록하며 이날 카타르를 3-1로 누른 시리아, 중국 원정에서 0-1로 패한 우즈베키스탄(이상 승점 12)에 승점 2점이 앞서 여전히 2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한국은 오는 9월 5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최종전에서 자칫 패할 경우,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주어지는 3위는 커녕 4위까지 떨어질 수도 있는 위기에 봉착했다. 이미 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을 일찌감치 확정 지은 이란은 6승3무(승점 21)를 기록하며 최종예선 무실점·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신 감독은 이날 공격진에 황희찬 원톱을 중심으로 손흥민과 권창훈 이재성 등 젊고 활기 넘치는 선수들을 집중 배치했다. 반면 수비라인엔 주장 김영권과 함께 김민재와 김진수 최철순 등 전북 선수 3명을 넣어 안정감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기성용이 이날 엔트리에서 아예 빠짐에 따라 중원은 장현수와 구자철로 구성됐다. 한국은 이날 나름대로 잘 싸웠다. 그러나 이기기 위한 골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전반 중반으로 넘어가는 순간 나온 두 차례 찬스 무산이 아까웠다. 한국은 전반 16분 권창훈이 페널티지역 바로 앞에서 직접 프리킥을 얻어냈으나 손흥민의 슛이 무위에 그쳤다. 전반 18분엔 그 동안 갈고 닦은 세트피스를 절묘하게 시도했으나 마지막 장현수의 헤딩슛이 이란 오른쪽 골포스트를 살짝 벗어나 땅을 쳤다.

전반을 소득없이 마친 한국은 후반 초반 승리의 전기를 맞았다. 후반 6분 이란의 미드필더 사에이드 에자톨리히가 김민재와 공중볼 경합을 하다가 보복 행위를 범하면서 즉시 퇴장 조치를 받은 것이다. 볼점유율은 한국 쪽으로 확실히 기울기 시작했다. 신 감독은 후반 28분 196㎝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투입한 것에 이어 후반 39분엔 키가 큰 수비수 김주영, 후반 43분엔 '라이언 킹' 이동국까지 투입해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한국을 추격하던 우즈베키스탄이 중국 원정에서 후반 39분 페널티킥으로 실점하면서 '신태용호'는 한 골만 넣고 이기면 10차전까지 갈 필요 없이 이날 본선행 확정 축포를 터트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6만 관중이 애타게 찾던 골은 끝내 나타나질 않았다. 최종예선 무실점을 기록 중인 이란의 탄탄한 수비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크로스가 좋은 염기훈이 있음에도 교체로 투입되지 않았고, 부정확한 크로스는 김신욱을 써보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연결됐다. 이동국의 한 차례 슛은 힘이 너무 들어갔다.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이 이끌던 지난해 10월 한국은 이란 원정에서 유효슛을 하나도 만들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부지런히 싸운 이날도 그랬다. 한국은 슛을 6개 날렸으나 유효슛은 또 없었다. 오히려 일대일에서 이란 선수들에 밀려 볼을 자주 빼앗기는 플레이가 속출했다. 다만 전·후반 90분 내내 긴장감 넘치는 움직임을 펼쳐낸 것은 그나마 소득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4차례 원정 경기 성적이 1무3패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원정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이다. 5일엔 반드시 '원정 징크스'를 깨고 러시아로 가는 티켓을 따내야만 한다.

김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