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라는 SBS 드라마 ‘모래시계’의 명대사처럼 연예계가 학폭에 몸서리 치고 있다.

체육계를 넘어 연예계에 퍼진 학폭(학교폭력)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배우, 가수, 방송인 등 특정 분야가 아닌 전방위에서 학폭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에도 전 농구선수 출신 예능인 현주엽을 향한 학폭 의혹이 제기됐고, 당일 오후 현주엽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를 직접 반박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는 학폭 의혹에 연예계가 얼룩지며 후폭풍 역시 거세다. 조병규의 경우에는 새로운 예능과 차기작 활동에 제기가 걸렸고, 에이프릴 이나은도 방영 예정이었던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박혜수 역시 KBS2 금요드라마 ‘디어엠’의 제작발표회는 물론 첫 방송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학폭을 인정한 지수는 KBS2 ‘달이 뜨는 강’ 에서 중도 하차하며 작품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제작사와 기획사 역시 비상이 걸렸다. 다수의 회사들이 선제적으로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다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개별 면담 등으로 당사자의 일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제는 과거 학창시절 선생님이나 동창생을 찾아 보다 확실한 사실 확인에 나서고 있다. 몇몇 기획사는 근거 없는 학폭 의혹이 제기될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고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반박할 수 있는 자료를 수집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와 광고 업계에서는 학폭에 대한 조항이 담긴 추가적인 서약서를 받고 있다. 새롭게 진행되는 작품과 광고 역시 과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품위유지 조항’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학폭이라는 항목과 이에 대한 위약금 부문이 새롭게 생긴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학폭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키며 계약 조항에 들어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배우와 가수에게 이런 부분을 알려주며 다시 한번 학폭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차별적이고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지양하기 위해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학폭 폭로가 터지고 있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혹은 여러 연예계 단체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공론화 할 수 있는 일원화된 공개된 공간을 만들어야 사실관계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그래야 후폭풍으로 인한 제2, 제3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거짓 의혹으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의 탄생도 조금은 방지 할 수 있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이러다가 20~30대 배우를 쓰기 어려워질 것 같다. 언제,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다”며 고충을 토로한 뒤 “여러 배우들이 자신들이 거론 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 실제 과거 잘못된 행실을 한 경우도 존재하지만 반대로 거짓 의혹과 폭로도 존재하기에 모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무분별한 폭로 보다는 기준이 있고 빠르게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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