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수상이 불발됐지만 한국 가수 최초 본식 무대에 오르며 아쉬움을 채웠다.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본 시상식은 15일 오전 9시부터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 등 LA 일대에서 진행됐다. 국내에는 엠넷을 통해 생중계됐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해리 스타일스를 시작으로 빌리 아일리시, 테일러 스위프트, 존 메이어, 포스트 말론, 콜드플레이 크리스 마틴, 카디비 등이 화려한 공연을 펼쳤다. 무엇보다 한국 대중음악 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단독 퍼포먼스가 큰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래퍼 릴 나스 엑스 등과 함께 합동공연을 한 이들은 올해 정식 후보로서 ‘다이너마이트(Dynamite)’ 무대를 꾸몄다. 무대는 국내에서 사전녹화했다.

꽃 장식, 폭죽 등 화려한 무대 효과와 한강 야경을 배경으로 하는 웅장한 규모의 헬리패드에 올라 시선을 압도한 방탄소년단은 특유의 각 잡힌 퍼포먼스와 흥겨운 에너지로 무대를 흔들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공연으로 진행돼 현장에서 팬들의 함성은 들을 수 없었지만, 7명의 멤버가 선사한 명불허전 퍼포먼스는 그래미 어워즈 무대를 가득 채웠다.

무엇보다 도자캣, 테일러 스위프트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제치고 그래미 어워즈 공연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해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방탄소년단은 소속사를 통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쟁쟁한 글로벌 뮤지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염원하던 단독 공연까지 펼쳐 매우 영광스럽다.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모두 아미 여러분 덕분이다. 다음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The Recording Academy)에서 주최하는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 3년 연속 참석하며 글로벌 아티스트로서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아쉽게 수상은 불발됐지만 그래미에 2019년 시상자로 처음 초청된 후 지난해에는 합동공연 출연자, 올해는 후보로 단계적 성장을 이루며 의미를 남겼다.

한편 그래미 어워즈의 본상은 제너럴 필즈라고 불리는 ‘올해의 앨범상’(Album of the Year), ‘올해의 레코드상’(Record of the Year), ‘올해의 노래상’(Song of the Year), ‘최고의 신인상’(Best New Artist) 등 총 4개 부문이다.

‘올해의 앨범상’의 영예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포크로어’가 후보 콜드플레이, 두아 리파, 포스트 말론 등을 제치고 수상했다. ‘올해의 레코드상’은 ‘에브리띵 아이 원티드’를 부른 빌리 아일리시에게, ‘올해의 노래상’에는 ‘아이 캔트 브리드’를 부른 허(H.E.R)에게 돌아갔다. 신인상 트로피는 메간 디 스탈리온이 안았다.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 최다 노미네이트된 비욘세는 베스트 알앤비 퍼포먼스 상을 수상, 통상 28번째 수상으로 그래미의 새 역사를 썼다. 해리 스타일스는 베스트팝 솔로 퍼포먼스상의 영예를 안았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으나 수상은 불발됐다. 이 트로피는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에게 돌아갔다. 한국계 미국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베스트 클래시컬 인스트루먼털 솔로’ 부문을 수상했다.

1959년부터 시작한 ‘그래미 어워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이다. 영화의 아카데미상, TV의 에미상, 무대 공연의 토니상과 함께 예술 분야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이 큰 상으로 꼽힌다. 수상자 및 후보는 가수, 프로듀서, 녹음 엔지니어, 평론가 등 음악 전문가들로 구성된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이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

일각에서는 비(非)백인에 좀처럼 상을 주지 않는 그래미 시상식의 보수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랜 시간 대중음악계 최고의 권위 시상식으로 여겨진 그래미는 2010년대부터 여성 아티스트, 유색 인종 아티스트들에 대한 홀대 논란이 매년 반복되며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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