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호령하는 K팝이 해외에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세계적으로 팬덤이 크고 이들의 움직임에 대한 기대가 높다보니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구설을 빚는 모양새다.

걸그룹 블랙핑크는 월드투어 중 무성의 공연, 건강이상설 등 각종 잡음에 시달렸다. 소속사가 나서서 “이상이 없다”고 진화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만과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블랙핑크는 지난 달 15일 서울에서 열린 월드투어 ‘본핑크’를 소화 중이다. 북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전 세계 150만명 관객을 만나는 K팝 걸그룹 역대 최대 규모 투어다. 블랙핑크는 월드투어를 위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국내 시상식도 모두 불참하고 공연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멤버 중 태국인 리사의 경우 모국 태국에서 진행되는 행사참여 요청까지 정중히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멤버들의 이같은 의지와 달리 이들의 공연을 관람한 팬들 사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블랙핑크의 연관검색어에는 영어로 ‘엉망’을 뜻하는 ‘mess’가 함께 검색되고 있다. 유튜브에는 블랙핑크가 북미 공연 중 안무를 맞추지 못한 채 각자 다른 포즈를 취하는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영상을 접한 글로벌 팬들은 “블랙핑크는 퇴보하고 있다. 팬들과 소통하고 음악을 만드는데 최소한의 노력만 보인다”, “댄서가 아이돌보다 무대매너가 더 좋다”, “이제는 K팝 그룹보다 인플루언서가 됐다”, “과로하다고 라벨을 붙인 케이팝 그룹도 이보다 더 나을 것”이라고 다양한 언어로 쓴소리를 쏟아냈다.

가요계는 블랙핑크를 향한 질책이 예견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활동 6년차인 이들의 글로벌 성과는 눈부시지만 개개인이 음악적으로 이룬 발전은 미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들은 올해 미국 MTV VMAS 베스트 K팝,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 부문에서 수상했고 지난 8월 발표한 정규 2집 앨범 ‘본핑크’로 K팝 걸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오르는 등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활동 6년차인 걸그룹의 정규앨범이 단 2장에 그치고 멤버 개개인의 솔로앨범까지 합쳐도 90분 남짓 밖에 안되는 건 최대 약점이다. 이번 월드투어는 가수가 아닌 인플루언서나 글로벌 셀러브리티라는 이미지로 남을 공산이 크다. 내년 YG엔터테먼트와 재계약을 앞둔 블랙핑크가 이같은 위기를 극복할지는 미지수다.

설상가상 멤버 지수는 목에 난 혹이 포착되면서 건강이상설까지 제기됐다. 이에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이상없다”고 공식화하면서 트위터 등에도 “지수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는 소식이 빠르게 전달되고 있다.

◇테러 위협에 팬 30명 실신한 NCT127, 첫날 공연 취소

보이그룹 NCT127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두 번째 월드투어 ‘네오 시티 : 자카르타 - 더 링크’(NEO CITY : Jakarta - THE LINK) 공연에서 수차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들은 지난 4일 현지 공연을 앞두고 폭탄 테러 주장이 제기돼 콘서트가 열리지 못할 뻔 했다. 경찰이 공연장을 샅샅이 수색한 결과 폭발물이 발견되지 않아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공연 말미 많은 관객이 무대 쪽으로 밀려들면서 관객 30명 이상이 실신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끝내 공연이 중단됐다.

바로 지난 달 29일 한국에서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고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도 최근 135명 이상이 숨진 축구장 참사로 안전관리에 민감하던 때라 관계자들의 촉각이 곤두섰다.

현지 공연 업체 다이안드라글로벌 에듀테인먼트는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연을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한 점과 관련 관객들은 물론 NCT127 멤버들 그리고 SM엔터테인먼트에 사과한다”고 밝히며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고자 2회차 공연에서는 구급·안전 인력을 늘리고 지역 경찰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두 번째 공연은 사고없이 성황리에 마쳤다. 주최 측은 1회차 공연 때 문제가 됐던 스탠딩석과 무대와의 간격을 10m 정도로 넓혔고, 관객이 공연 중 지쳤을 경우 쉴 수 있는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또 인터미션을 도입, 분위기를 잠시 환기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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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