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소속팀만 집중" 인터뷰 뭇매
일부 선수들 발언권 쥐고 분위기 주도
내부 갈등 곪아… 대표팀 쇄신이 관건

'일단락'이란 표현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어느 종목 선수도 태극마크 위에 군림할 수 없다. 누구도 국가대표팀을 사유화할 수 없고,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국가대표팀은 늘 열려 있고 선택받은 자가 누리는 영광스러운 조직이다.
지난 27일 우루과이와 A매치 평가전 직후 "대표팀보다 소속팀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은 김민재(27ㄱ나폴리) 발언의 실상은 그간 곪은 팀 내부 문제에서 비롯됐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 때부터 대표팀 내 일부 선수 간의 갈등이 커졌다는 건 축구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2701호 사건' 당시 팀 내 대장 노릇을 하는 A가 주도한 건 내부 관계자 사이에서 아직도 회자한다. 여기에 선참급 일부 선수와 어린 선수의 견해 차이도 큰 데, 김민재 같은 경우에도 이런 현상과 맞물리며 마음고생했다.
어느 조직이나 구성원 개개인의 성향이 다르고 속칭 '코드가 잘 맞는' 사람끼리 더 가깝게 지낸다. 대표팀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함께 생활하고 주요 대회를 준비하면서 프로페셔널하게 '원팀 의식'을 품고 임하는 게 팀 경쟁력의 핵심이다.
김민재는 이제까지 커다란 책임감을 품고 대표팀 생활을 해왔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이라는 의미를 돌아볼 때 아무리 심적, 육체적으로 지친 상황을 맞닥뜨렸다고 해도 이번 발언은 경솔했던 게 사실이다. 경기 다음날 사죄 의미를 담은 글을 SNS에 올린 것도 궤를 같이한다.
그럼에도 그저 김민재만의 해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전에도 대표팀 내부 갈등과 관련한 유사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지만 지금처럼 외부에 잘 드러나 있고, 잡음이 지속한 적은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부 주력 선수가 이전보다 팀 내에서 발언권을 쥐고 분위기를 좌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카타르 월드컵 이후 파울루 벤투 감독 후임자를 뽑는 과정에서도 다수 대표팀 요원은 "선수 얘기를 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목소리를 냈다. 이때도 여러 선배 축구인 및 협회 관계자는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대표팀은 특정 선수가 '당연히 오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수 선발권을 지닌 감독이 자기 색채에 맞는 자원을 뽑고, 때론 과감하게 새 얼굴을 중용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대표팀 내 일부 선수는 '당연히 발탁되고 주도할 수 있다'는 인식을 품고 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이런 분위기를 잘 인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두 번째로 소집하는 오는 6월 A매치 기간에 얼마나 대표팀 쇄신을 이끄느냐가 초반 목표 달성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