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티스트들이 8년만에 중국 본토에서 팬들을 만날까.

코로나 펜데믹 이후 K팝 열풍이 급격히 거세지며 수많은 K팝 아티스트들이 북미, 유럽, 아시아 할 것 없이 대규모 월드투어로 팬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나 2015년 빅뱅이 5월 광저우를 시작으로 8월 충칭까지 중국 11개 도시 투어를 진행한 이후 현재까지 한국 아티스트가 중국 본토에서 공연을 진행한 사례는 없었다.

중국이 지난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류 콘텐츠 금지령, 이른바 한한령(限韩令·한류 제한령)을 발령하면서 K팝 스타들의 중국 현지 활동은 사실상 막힌 것이다.

그런데 최근 가요계엔 이들의 중국 활동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부쩍 고조됐다. 중국 국무원 문화관광부가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지난달 20일부터 외국의 상업 공연 접수 및 허가를 재개하면서 가요계에서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KB증권은 중국 리오프닝 관련 보고서를 내고 한한령 해제 움직임이 본격화되면 국내 가수들이 올 하반기부터 중국에서 공연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또 중국 IT 거대 기업 텐센트 산하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의 고위 관계자가 최근 방한해 국내 주요 가요 기획사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져 이러한 기대감에 더욱 불을 지폈다.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는 ‘QQ 뮤직’, ‘쿠거우 뮤직’ 등 중국의 대표 음원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다. 한한령을 거치면서 살아남은 두터운 중국 팬층을 기반으로 국내 엔터 업계의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늘린다. 한국 국토교통부는 한중 항공협정상 운수권 수에 따라 한·중 노선 증편을 체결하고, 2월 말 주 62회 운항하던 항공편을 10월 말까지 주 608회로 운항 편수를 증편하는 데도 합의했다. 이에 세븐틴 디에잇·준, NCT 쿤·윈윈·샤오쥔·런쥔·천러, 에스파 닝닝, (여자)아이들 우기 등 중국인 멤버가 소속된 아티스트의 중국 본토 공연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직접적인 교류는 막혔지만, 중국에서 K팝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중국 팬덤의 K팝 앨범 구매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K팝 음반 수출 대상국 순위에서 중국은 5132만 6000달러(약 637억원)로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일본으로 8574만9000달러(약 1065억원), 3위는 미국으로 3887만7000달러(약 483억원)였다. 매해 증가 추세인 K팝 실물음반 수출액 가운데 굳건히 2위를 지키는 중국을 미뤄볼 때 여전히 중국 내 두터운 팬층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한 중국 내 한류문화 확산을 위한 온라인 K팝 콘서트는 슈퍼주니어, 엑소 카이, 스테이씨 등이 참석해 티켓팅 시작 21초 만에 매진되는 등 많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빗장을 푼 중국에 K팝 스타들의 현지 공연이 재개될지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일각에선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앞서 여러 차례 한한령 해제 기대감으로 공연을 준비했다가 고초를 겪은 바 있어 아직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 또한 대륙 시장이 다시 열리더라도 K팝의 중국 의존도는 예전과 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업계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에 편중됐던 2010년대에는 한한령으로 피해가 막대했다. 이에 북미와 유럽, 동남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춰왔다”며 “최근엔 중동 지역에서의 K팝 열풍이 거세다. 중국 공연의 길이 열린다고 해도 예전처럼 엔터업계가 중국 공연에만 매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요계에서는 그룹 블랙핑크가 올해 1월 홍콩에서 월드투어를 성황리에 진행한 것을 필두로 우선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과 마카오부터 공연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공연 진행까지 5~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고, 상반기에는 중국 아티스트들의 공연장 대관이 대부분 이뤄져 있기에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중국 본토 공연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