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정필교 씨. 주소는요.”(판사)

“이사한지 얼마 안돼 정확한 주소를 기억 못합니다.”(신혜성)

만취 상태로 타인의 차량을 운전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가수 신혜성(44·본명 정필교)은 신상정보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주변의 눈치를 보며 머뭇대다 이같이 답했다. 법정을 가득 채운 취재진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신혜성은 6일 서울 동부지법 형사4단독 심리로 열린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측정거부), 자동차 불법사용 혐의 공판에 참석했다. 그는 블랙셔츠와 바지에 흰색 가디건을 입고 검은 모자를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나타났다. 법정에서 모자를 벗자 드문드문 흰머리가 눈에 띄었다.

신혜성은 그룹 신화로 25년간 활동했다. 신화는 H.O.T, 젝스키스와 더불어 1세대 K팝을 장식한 아이돌 시조새로 꼽힌다. 중국, 일본 등지에서 투어를 통해 초창기 한류를 일군 인기 그룹이다.

이날 법정에는 취재진 외 신혜성의 팬으로 보이는 몇몇 법정직원들도 공판을 방청했다.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신혜성은 최대한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잠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 그의 눈은 초점을 잃은 듯 힘이 없었다. 그는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며 도망치듯 차 안으로 몸을 숨겼다.

한편 검찰은 이날 신혜성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신혜성 측 변호인은 신혜성이 신화활동을 하며 우울증, 공황장애, 대인기피 증세를 보여 최근 몇 년간 칩거했으며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들어 선처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달 20일 오후 판결을 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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