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 소식 접하고 조용히 장내 떠나
강신욱-강태선 후보는 축하 메시지
패배 충격이 컸다고 해도 선거를 "축제의 장", "화합의 장"으로 표현한 전임 회장이 도망치듯 떠난 건 커다란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14일 끝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총투표수 1209표)에서 유승민 전 탁구협회장(417표.득표율 34.5%)에게 밀려 3선 연임 도전에 실패한 이기흥 전 체육회장(379표.31.3%)은 선거를 앞두고 스포츠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체육회장 선거가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며 "체육인의 스포츠맨십을 온 국민에게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선거에서 패자는 승자를 축하해주고, 승자는 패자를 포용하며 화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나부터 진심으로 임하겠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선거 당일 이 회장은 다짐과 전혀 다른 행동을 보였다. 개표가 끝난 뒤 낙선 소식을 접한 그는 결과 발표하는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유승민 캠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유 후보에게) 별 말 없이 장내를 떠났다"고 말했다. 그 후 유승민 당선자는 저녁 시간대에 이 전 회장에게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뒤늦게 축하 뜻을 전했다.
오히려 선거 운동 기간 유 당선자를 향해 여러 의혹을 제기하며 경쟁한 강신욱 단국대 명예 교수,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이 진심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강신욱 교수는 발표 무대에 함께 올라 유 당선자와 악수를 나누며 축하했다. 이번 선거에서 3위(216표.17.9%)를 차지한 강태선 회장은 선거 다음 날인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유승민 신임 대한체육회장께 진심 어린 축하 말씀을 드린다. 유 회장의 헌신과 노력이 앞으로 대한민국 체육의 새로운 도약을 끌어낼 것이라 믿으며, 성공적인 임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2016년 초대 통합체육회장에 당선된 이 전 회장은 체육계 뿐 아니라 종교계, 정치계까지 주름잡는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지난 8년간 체육회 예산 증대 등의 성과를 발휘했다. 다만 지난 임기 기간 업무상 횡령, 배임, 채용 비리, 제3자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상급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직무 정지도 됐다. 당선이 된다고 해도 수월하게 회장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쇄신을 바라는 체육계 열망과 맞물리며 물러나게 됐다.
김용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