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은 했지만 불행한 현실
아스널전 환상골에도 역전패
팀 역대 시즌 최다 패배 타이
의지할 동료 없어 '외로운 손'
'캡틴'은 언제 행복할 수 있을까.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33)은 이달 재계약을 체결했다. 자유계약(FA) 신분이 되어 여름 이적시장에서 더 좋은 환경의 팀으로 이적할 기회는 사라졌다.
토트넘을 향한 애정과 의리가 강한 손흥민 입장에서는 한 시즌 계약 연장을 받을 만하지만, 그가 더 행복한 모습으로 뛰기를 바라는 적지 않은 한국 축구 팬은 탄식했다.
우려대로 흘러가고 있다. 재계약 후 거취가 명확해졌지만 손흥민은 좀처럼 밝게 웃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은 16일(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경기에서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개인의 활약은 좋았다. 손흥민은 전반 25분 환상적인 득점으로 팀에 리드를 안겼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아크서클 정면에 대기하던 손흥민은 공이 앞으로 오자 강력한 오른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대 구석 하단을 정확하게 찌르는, 아스널 수비진과 골키퍼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슛이었다.
손흥민의 득점에도 토트넘은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전반 40분 도미닉 솔랑케의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했고, 4분 뒤에는 레안드로 트로사르에 역전골을 내주며 패했다.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지 못했고, 공격수인 손흥민은 측면에 고립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인 북런던 더비에서 토트넘은 자존심을 구겼다.
팀 성적을 보면 손흥민이 행복할 수가 없다. 토트넘은 최근 프리미어리그 5경기에서 승리 없이 1무4패를 기록 중이다.
이제 겨우 21라운드를 마쳤을 뿐인데 7승3무11패로 승리, 무승부에 비해 패배가 너무 많다.
토트넘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패배 타이 기록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노리던 토트넘은 13위에 머물고 있다. 상위권 도약을 향한 기대보다 하위권 추락을 우려하는 시선이 더 짙다.
개인이 좋은 활약을 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부임 후 손흥민의 활용법은 한정된다. 공격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지 못해 따로 노는 플레이가 자주 보인다. 팀과 개인 모두 '죽는' 시스템으로 봐도 무방하다. 손흥민은 과거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 등 프리미어리그를 주름잡는 공격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냈다. 특히 케인과는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의 콤비라는 평가를 받으며 토트넘을 이끌기도 했다. 지금은 믿고 의지할 동료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손흥민 홀로 외롭게 팀을 끌고 가야 하는데 그마저도 녹록지 않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손흥민은 교체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번시즌에도 선발로 나서 풀타임을 뛴 경기는 7회에 불과하다. '행복 축구'를 도저히 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정다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