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2 막내' 화성FC 차두리 감독
훈련도 100% 요구 클롭에게 배워
신생팀답게 에너지 넘치게 도전
父 차붐과 팀 환경 다르지만 최선
객관적 전력 뒤져 탈꼴찌가 목표
마침내 '감독 차두리'가 뜬다.
이번시즌 K리그2에 처음 참가하는 화성FC는 초대 사령탑으로 현역 시절 국가대표이자 '차붐의 아들'로 시대를 풍미한 차두리(45) 감독을 선임, 동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동계 훈련지인 태국 촌부리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차 감독은 "사실 전에도 프로팀을 맡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땐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제 내 팀을 꾸려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화성에서 제안이 왔고 비전을 제시했다. 좋은 시작이 될 것 같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 "에너지 넘치는 팀을 만들고 싶다"
차 감독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에너지'다. 선수 시절 그는 '차미네이터'라 불릴 정도로 강력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를 구사했다. 특유의 밝은 미소는 팀 분위기를 올리는 긍정 요소였다.
지도자 변신 후에도 달라지지 않는다. 차 감독은 "팀에 항상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위기도 그렇고 축구 내용에서도 에너지가 넘쳐야 한다. 우리는 신생팀이기에 더 도전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독일) 마인츠에 있을 때 위르겐 클롭 감독은 훈련에서도, 경기에서도 100%를 원하고 요구하는 지도자였다. 그게 쌓여 좋은 팀으로 거듭났다. 나도 선수들에게 그런 에너지를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 "아버지보다 잘할 수 있다"
차 감독에게 평생 따라다닌 꼬리표. 바로 아버지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차 감독은 선수 시절 독일 무대를 주름잡은 '차붐'의 그림자 안에서 살아야 했다. 감독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는 "평생 차범근의 아들로 살았다. 축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그랬다. 기준치가 아버지였기 때문에 수식어를 늘 안고 살아야 했다. 지도자를 하니까 결국 또 그렇게 된다. 아버지는 수원 삼성에서 우승도 했고 대표팀 감독도 하셨다. 당연히 내가 어떤 감독이 될지 다들 궁금해하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선수로는 아버지가 더 뛰어났지만, 지도자로 차붐을 뛰어넘겠다는 각오다. 차 감독은 "지금 내가 있는 팀과 아버지가 있던 팀의 환경은 많이 다르다"며 "그래도 지금 환경에서 아버지보다 잘할 것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동계 훈련을 마치면 아버지의 조언도 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꼴찌는 안 했으면"
야심 차게 시작하긴 하지만 그의 말대로 환경은 열악하다. 화성은 신생팀이다. 이제 막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팀 구성도 늦어졌기에 상위권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차 감독은 "완벽한 팀은 없다. 내가 있던 FC서울 같은 팀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다. 절실한 선수가 모여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부담이 적어 보일 수 있지만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목표는 최하위를 피하는 것이다. 차 감독은 "꼴찌는 안 하면 좋겠다. 한 팀이라도 우리 밑에 두는 게 목표"라며 "어차피 배우는 입장이다. 나도, 팀도 모두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겸손하게 도전하면서 팬을 즐겁게 하는, 그리고 상대를 피곤하게 만드는 팀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촌부리 |정다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