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치과의
요새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들어선 후로 스트레스가 더욱 커졌다고 한다. 내놓는 정책이나 발언마다 의외고 머리를 아프게 해서 그런 가 보다. 특히 이민 이슈는 더욱 그러하다. 허나 미국의 이민에 대한 정책 변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인의 미국 이민 역사가 이미 200여 년이 넘으면서 수많은 중국인들은 여러 분야의 일터에서 미국의 산업에 공헌했다. 그러나 오히려 중국인은 '해충'이라고 천시되고 백인 고유의 문화를 훼손하고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이유로 미국입국이 금지되는 법이 나오기 까지 했다.
미국에서 쿨리(노무자)로 통했던 그들의 손을 빌어 이룩한 것 중의 하나가 미 동서를 가로지르는 대륙 간 횡단열차의 대역사였다. 기존에 있던 동부 지역의 철도를 연장해 서부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서 출발한 철도가 유타 주에서 만났다.
그리곤 이 만리장정의 역사적인 감격의 기쁨을 기념하기 위하여 철로 버팀목에 골든 스파이크를 박았는데 이 금 못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마지막 못,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했듯이 우리나라도 이렇게 하나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그러나 아직도 이 땅은 하나로 가기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는 그 열망이 이루어지리라 믿으며 꿈을 접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러다 보면 머지않아 우리는 이 같은 미국의 동과서의 이음같이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열차를 타고 서로 하나가 되는 여정을 넘어 저 우주로까지 나아가는 하나가 될 날을 기대해 본다면 너무 지나친 망상일까? 아니다. 은하수를 가로질러 우주를 나는 은하열차가 정말로 가능할 날도 머지않을지 누가 알랴?
30여 년 전인가 '은하철도 999'라는 만화영화가 유행했다. 허나 이것은 포장만 어린이용일 뿐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 본 세상에 대한 어른들의 이야기였다. 2221년 지구에는 기계인간과 육신인간이 살고 있었다. 그러나 영생의 길인 기계인간을 택할 수 있는 건 돈 있는 자들만의 몫이었다.
빈민 출신 철이는 기계 백작에게 어머니가 살해되는 것을 목격하고 복수의 길을 떠난다. 바로 영원한 기계인간이 되는 꿈을 찾기 위해 발끝까지 기다란 금발을 가진 의문의 여인 메텔과 은하철도를 타고 우주로 달려 여행을 한다.
열차가 최종 목적지 안드로메다를 향해 수많은 우주의 정거장을 거쳐 가는 동안 영원으로 향하는 열차티켓을 뺏기 위한 치열한 싸움은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그곳에서는 무료로 영생의 기계인간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길고 긴 우주여행을 하면서 성장하여 어른이 된 철이는 마침내 마지막 역에 도달했을 때 결국 영원한 기계인간이 될 것을 거부하고 비록 유한하지만 육신을 가진 인간이기를 선택한다. 왜 그랬을까?
그러고 보면 999라는 숫자도 꽉 찬 1000에서 1이 모자라는 숫자, 즉 어른이 되기 전까지의 어린 시절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한정된 우리의 생명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기에 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삶일 테고 꿈을 갖고 더 열심히 살아가는 것에 더 큰 가치가 있기 때문 이어서 일게다. 누군가가 '우리가 타고 가는 기차로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 세상에 선을 긋는다'라고 말했듯이 가로로 이어진 횡적인 선이 우리들 사이의 화합을 말하는 이음이라면, 위에서 아래로 잇는 종적인 세로의 선은 신과 우리와의 일치인 이음일 것이다. 그리고 이 두 선의 만남이 바로 십자가의 의미가 아닐는지.
부활을 기다리는 사순 시기에 묵상해 본다.
2017-04-04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