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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준철의 ‘시쓰고 중얼중얼’

  • 독주극

                                                김준철 하얀 차선의 건반과 검은 타이어의 건반 위에 긴 손가락을 닮은 ...


  • 봄을 놓다 오 늘

    그러므로 막차를 타야만 했다 누군가 뒤늦게 뛰어왔지만 봄은 기다림 대신 속도를 택했다 벚나무 밑에서 한 사람을 떠나보낸 하루가 잡은 것이라곤 흐린 꽃잎을 피워내고 상징을 지나가는 회색의 폭설 흩날리는 막차를 타고서도 브레이크는 어둠을 짚어내지 못했다 졸음은 주파수 엉킨 노랫소리를 베고 무딘 잠은 유리창에 쿵쿵 부딪혔다 사월이 끊긴 종점 ...


  • 유서초안

    더이상 싸구려 초의 심지처럼 영악할 수는 없다 더이상 그 촛불의 그으름처럼 더러울 수는 없다 장님마냥 불안한 어둠을 견딜 수도 없고 촛불의 위태로운 흔들림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할 순 없다 눈꺼풀 내려앉는 태양의 언덕 아래에서 바램없이 잠드는 들꽃과 함께 아침에 오르게 될 언덕을 기다리며 매장 당하고 싶다 젊은 치기에 써 ...


  • 다하지 못한 이야기 하나

                                                            &nbs...


  • 남은 사랑을 끝내야 할 때

    곽효환   시린 봄부터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많은 날들까지 멈추지 않는 눈물과 더는 흐르지 않을 눈물 사이에서 내가 배운 것은 참는 것 견디는 것 기다리는 것 침묵하는 것 무심해지는 것 괜찮아, 라고 말하지 않는 것 괜찮아질 거야, 라고 믿지 않는 것 그렇게 다시 그렇게 먹먹한 가슴에 슬픔을 재우고 돌이 되는 ...


  • 주머니 속의 손

    앞서 나가며 당신이 우셨습니다 빠알갛게 충혈된 눈으로 쌓인 말 체 잇지도 못하시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저는 눈물을 훔치는 당신의 손을 차마 잡을 수 없어 주머니 깊숙히에서 가늘게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당신의 젖은 손이 제 등을 밀칠 때 제 눈도 이내 빨갛게 충혈되었습니다 자꾸만 뒤돌아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주머니...


  • 달에 관한 명상

    류시화   완전해야만 빛나는 것은 아니다 너는 너의 안에 언제나 빛날 수 있는 너를 가지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너보다 더 큰 너를 달을 보라 완전하지 않을 때에도 매 순간 빛나는 달을   류시화 시인의 시집 ‘꽃샘바람에 흔들리는 너는 꽃’에 실린 작품이다. 우리가 사랑을 발견하...


  • 하루가 산다

    하루가 하루를 덮고 그 하루가 다른 하루를 녹이고 또 하루가 그걸 채우고 비우고 지우고 어느 하루는 기억이 되고 그 하루는 저 하루를 위로하고 그다음 하루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독다독 하루의 허락으로 또 하나의 하루를 사는 버릇처럼 지나친 시간 그 끝자락의 아우성 고요한 밤의 어둠이 서늘한 바람을 타고 다가온다 다가와서 삐쭉 얼굴을 ...


  • 겨울을 묻으며

      거울 속에 겨울이 비친다 살얼음으로 불안스레 굳어있는 풍경이 거기 있다 잡음처럼 겨울비가 내리고 거울이 녹아 내린다 스르르… 땅 속으로 스며드는 나무들 앉아 있을 벤치도 없고 바라볼 새들도 없다 하늘은 무엇도 담지 않고 비어있다 땅 속 깊숙이 두터운 얼음이 자란다 ...


  • 겨울 바램

      숨 쉬는 것들은 마지막 겨울 바람 앞에 몸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꾸만  춥다고 창문을 두드리는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이들의 울음소리가 새벽의 적막 속에 나를 깨운다 그 얇은 햇살에 아직 녹아 내리지 않은 냉기를 가지고 감은 눈을 뜨기 전, 눈꺼풀의 미세한 떨림 사이로 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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