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이 사랑하는 인물 중 하나를 꼽으라면 이브 몽땅 만한 사람도 없을 게다. 노래와 영화에서 남긴 예술적 성취뿐만 아니라 반전운동, 인권운동, 핵실험 반대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 때문이다.
그것 뿐만 아니라 세기의 바람둥이 중의 하나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첫 사랑 에디트 피아프를 비롯해서 마릴린 먼로, 셜리 매클레인, 카트린 드뇌브, 로미 슈나이더, 이자벨 아자니 등 수많은 여배우들과의 로맨스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다 그의 바람기는 시몬 시뇨레에서 멎었다.
어느 나라든 연예계의 남녀상열지사는 뉴스 감이나 안주감에 오르기 마련이다. 허지만 프랑스에서는 단지 그들만의 전유물이 못된다. 대통령 또한 이에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한 여기자와 바람을 피웠다. 뒤를 이은 미테랑 대통령은 재임기간동안 혼외정사로 여대생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기도 하였다. 고향친구의 딸로 무려 27세나 연하였다.
올랑드 대통령은 당선 후 축하 단상에 두 명의 여인과 같이 올랐다. 27년간 동거한 루아얄과 또 다른 연인 트리엣바일레였다. 이것도 모자라 젊은 여배우 가예트와 밀회를 즐겼다. 오토바이를 타고 그녀의 거처를 들락거렸다.
그리고 사르코지 대통령은 당선 된 후 11년간 살았던 아내와 헤어지고 재임 중에 모델 겸 가수이자 배우인 카를라 부루니와 재혼까지 몽땅 해치우기도 했다.
헌데 이상한 것은 이러한 일들이 프랑스에서는 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사생활 보호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오히려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고 반문할 정도다. 더 나아가 이러한 사실보다도 이를 공개하는 언론이나 파파라치에게 더 비난한다.
최근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39살의 젊은 마크롱. 의원하나 내지 못한 당의 대표다. 헌데 그가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은 나폴레옹 이후 최연소라는 것도 있지만 그의 부인이 24년이나 연상이기 때문이다. 브리지트는 마크롱이 다니는 고등학교에 문학과 라틴어 교사로 부임했다. 15세 마크롱은 이듬해 파리로 유학을 떠나며 그녀에게 청혼했다. 당시 39세 브리지트는 연상녀에 대한 소년의 철없는 사랑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끈질긴 마크롱의 구애에 브리지트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로부터 13 년 후 브리지트는 결국 3명의 자녀를 둔 결혼을 정리하고 그와 결혼했다. 마크롱은 승리 후 "그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그녀는 마크롱 영혼의 동반자이자 선생님이고 엄마 같은 연인인 셈이다.
우리의 관습과 상식으로는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이야기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이들은 숨기지도 눈치 보지도 않는다. 오히려 대선 전후로 대중 앞에 나와 사진도 찍고 애정도 과시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에 열광한다.
프랑스 언론들도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마크롱의 이런 독특한 연애사가 프랑스인들을 매료시켰다며 인기를 높인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전할 정도다.
이를 보면서 확실히 사랑은 위대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 이러한 모습을 관용하는 프랑스 인들이 더 위대하다고 해야 하나? 매릴린 옐롬은 '프랑스식 사랑의 역사'에서 프랑스인들에게 사랑이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적인 포장 외에도 자유, 관능, 방종, 쾌락, 동거 심지어 혼외관계까지도 모두 포함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제도와 관습의 굴레를 넘어 정신적 반려가 진정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그들의 깊은 신뢰와 진정한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17-05-24 04: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