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중 땅은 역대 영웅들이 노리는 곳이었다. 춘추전국을 지나 진시황이 6국을 제압하고 최초로 천하통일을 이루었다. 허나 2대를 못가고 멸망한 뒤 한나라 유방이 초나라 항우를 물리치고 어렵사리 재통일을 하였지만 중원은 또 다시 위, 촉, 오 삼국으로 나뉘었다.
삼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위나라 조조와 촉의 유비가 한중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었다. 조조는 40만의 군대를 끌고 전쟁에 임했지만 전세는 나아지지 않고 진퇴양난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조조는 삶은 닭고기를 안주삼아 술을 마시다가 닭갈비에 짜증이 났다. 발라 먹자니 살은 별로 없고 버리자니 아깝고 해서 말이다. 그 때 애꾸눈 맹장 하후돈이 그날밤 군 암호가 무엇인지 조조에게 와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술에 취했는지 아니면 혼자말로 중얼거리던 참이었는지 '닭갈비'라고 했다. '계륵(鷄肋)'이란 말이다.
모두들 희한한 단어의 속내를 몰라 의아해 하고 있을 때 조조의 모사 양수만은 알아차렸다. 쓸모 없는 땅을 두고 아군의 희생은 늘어나지만 철군하자니 체면이 서질 않아 고심하던 조조가 철군하려 한다는 심중을 간파한거다. 이 때문에 군의 사기와 질서가 흐트려지게 된 것은 당연했다.
이를 알게 된 조조는 군율을 어겼다는 이유를 들어 양수를 참형에 처했다. 허나 사실 조조는 일찍부터 양수가 몹시 마음에 걸렸다. 사사건건 자신의 내심을 읽어내고 대처하는 데 불쾌도 했지만 불안도 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조조는 아들 조비와 조식 중 누구를 후계자로 삼을까 항시 고심하고 있었는데 여기에도 양수의 뒷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에 내심 두려워 후환을 없애려 마음먹고 있던 참이었다.
얼마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스티브 배넌이 경질되었다. 트럼프가 가장 아끼는 극우 정치가로 트럼프의 거의 모든 언행이 그가 세운 청사진으로부터 나왔다고 한다. 급기야 버지니아 샬로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유혈소요사태에 휘말려 물러나긴 했지만 그의 입에서 터져나온 주한미군철수라는 금기를 깬 발언은 바로 트럼프와 수뇌들의 내심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해서 양수가 계륵이라는 뜻을 밝혀 처형됐듯이 배넌은 혀를 잘못 놀려 제 명을 재촉한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까지 트럼프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돌발적이고 즉흥적이며 언행에 있어서도 정제되지 않은 채 독단적이고 보편적 가치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얼마 전엔 조선이 중국의 일부라는 시진핑의 언급에 대한 반응이나 남북전쟁 당시 살아있지도 않았던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이 전쟁에 화가 나 있었다고 발언 하는 등으로 역사인식이 초등학교 5 학년 정도의 수준이라고 뭇매를 맞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자신의 신념과 관련된 사항에서는 또 다른 면을 보이기도 한다. 트럼프는 그의 저서 '참피언처럼 생각하라'에서 중국의 손자병법을 읽으라고 추천했다. 그런 그인 만큼 조조의 계륵정치를 모른다고 할 수 있을까?
혹 누가 알랴? 트럼프에게 한국은 계륵이 아니라고 장담하지 못할지. 그리고 조조가 철군했듯이 트럼프가 그렇게 안한다고 확언할 수 있는 자신이 있는지. 그가 즐겨하던 말 'You are fired!'가 자꾸 머리에서 맴도는 이유는 왜일까?
2017-09-05 03:3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