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슈즈를 벗어 던지고 맨발로 춤을 춘 여자. 위험한 행복을 찾던 여자. 나를 표현하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던 여자, 자유로운 삶을 원했던 여자, 200년 전통 발레를 무시하고 춤의 혁명을 일으킨 여자. 현대무용의 창시자. 내가 이사도라를 안 것은 이화여자대학교 학창시절때 였다. 현대 무용사수업에 교수는 이사도라를 이렇게 설명했다. 두 자녀의 익사 사고 죽음, 16살 연하 남편의 자살, 49세의 나이에 자동차 뒷바퀴에 스카프가 끼어 숨지는 슬픈 종말을 맞이하는 영화 같은 드라마틱한 스토리의 삶을 산 여자다. 우리는 모두 이사도라에 매료되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고, 니체의 디오니소스 철학과 그리스의 사상, 고전음악을 무용에 종속시키고 내면에 흐름을 춤으로 표현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만들었다. 내가 대학교를 다닐 때는 자유를 구속 탄압하던 5.16 군사정권 시절로 학교는 매일같이 최루탄과 반대 데모의 연속이었다. 모든 학생은 자유를 원했다. 그녀처럼 자유로워지고 싶어 했다. 한동안 무용과에서는 긴 빨간 스카프와 그리스 뮤즈 같은 하늘 한 치마가 유행 했었다. 지금도 어쩌다 바닷가를 가게 되면 맨발로 모래사장에서 춤을 추는 세레모니를 어김없이 나는 한 번씩 해본다. 내가 못해 본 삶을 그녀를 통하여 막연하게나마 동경하고 흉내 내보면서 대리만족하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 오후 이사도라 현대 무용공연을 보았다. 현대감각에 맞추어 재각색하여 로열 발레단의“오시포바”가 그녀의 생애를 열연하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매혹적인 이사도라 이야기와 놀라운 예술성을 무대로 가져오고 싶었고, 믿을 수 없는 삶을 존중하는 새로운 발레를 만든것에 너무 기쁘며 던컨과 자신이 아주 비슷하다고 한다. 공연 시작부터 그녀를 상징하는 빨간 스카프, 풀레시백의 스토리 진행, 춤이 백그라운드 영상과 어우러지면서 극적인 조화를 이룬다. 춤은 곧 사라진다. 이사도라 덩컨 그녀도 사라졌다. 파리의 한 가든파티에서 춤추는 던컨의 모습을 포착한 한 장면이 짧은 기록영화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백 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춤은 완전히 사라졌을까? 그녀가 잊혀졌을까? 나는 이사도라 공연을 보려고 몇 달 전부터 티켙을 사고 한 시간 넘게 운전하고 코스타메사 시거스트롬센타공연장을 갔다. 그녀를 통해 춤도 문학처럼 영원함을 알 수 있다.
2018-08-2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