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사티아그라하” 공연을 보고
현대 추상 오페라를 본 적이 없는 나는 오페라 메니아는 아니지만, 이해하기 힘들고 재미없다는 주의의 조언도 무시하고 그래도 엘에이 오페라가 만든 대작인데 하며 퓨리뷰를 보니 심상치 않은 뭔가 있어 보여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사티아그라하” 티켙을 한 달 전에 온라인으로 클릭을 눌러 덜컥 사버렸다. 한 번이라도 발레, 오페라 티켙을 사고 나면 친절하게도 각 극장마다 다음에 있을 공연 내용과 함께 부로셔 시즌할인티켙등 계속
업데이트하며 이메일로 보내준다. 지난 시즌에 발사모 (발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팀과 함께 “ 돈카를로”티켙을 단체로 샀더니 이제는 완전 VIP로 엘에이 오페라에서 전화도 가끔 온다. 사티아그라하는 간디에 대한 오페라라고 하니 올봄에 인도를 가서 느꼈던 추억도 있고 해서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한 시간 일찍 공연장에 도착해서 공연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해 보려고 오페라 내용을 구글에서 열심히 찿아 인쇄한 내용을 보고 또 보았다. 작곡가 필립글래스는 1976년에서 84년에 쓴 삼부작이라 한다. 톨스토이, 타고르, 마틴루터킹의 무저항주의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버렸다. 사티아그라하의 뜻이 진리를 찾으려는 노력이라고 한다. 나는 왜 여태까지 이런 오페라가 있는지도 몰랐을까? 공연 내내 같은 음.. 비슷한 리듬.. 천천히 걷고.. 또 걷고.. 미니멀리즘의 대표답다. 나도 작곡할 거 같다. 나도 오페라를 할 거 같다. 나도 무대에 지금 나갈 거 같다. 정말 단순하다. “어이구 답답해..” 내가 안무라도 해서 춤동작을 집어 넣어주고 싶은 충동이 공연 내내 벌컥벌컥 생겼다. 그런데 반복의 리듬 속에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며 스스로 끝없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한때는 나도 미니멀리즘하게 살아보자 하며 스티브 잡스의 애플매장처럼, 법정 스님의 “무소유”처럼 하며 집안의 물품을 하나씩 버렸다가 얼마 안 돼 버렸던 물건이 다시 생각나 또 사야 했던 기억, 2장에서 불꽂의 장면은 몇년 전 무용발표회 때 무대에 드라이아이스로 연기를 만들었는데 파이어 알람이 울려 소방차가 왔던 기억이 생각나면서 이번 공연하느라 화재보험료 많이 냈겠다는 생각, 어둠침침한 분위기는 내가 인도 같을 때 길에서 하는 일 없이 앉아 있던 수많은 사람에게서 느꼈던 답답한 그 느낌과 너무 비슷한 기억이었다. 시작할 때 공연장 빈자리 없이 가득했던 사람들도 끝날 때쯤 됐을 때는 많이 가버렸다. 이들은 저항해 버렸다. 7시 반부터 11시까지 장장 3시간 반을 꼼짝않고 앉아 있어야 했으니 아마도 공연을 보면서 아무런 불평도 못 하고 비폭력 무저항을 할 수밖에 없는 그 속에서 내 지난날의 기억이 오버랩 되었다. “무저항이 과연 옳은 선택일까? ”하며 의문을 던지고 무언가를 생각했던 바로 나 자신이 오늘 공연의 주인공이 아니었을까? 작가는 아마도 그걸 노린 건 아니었을까? 기존의 클래식 오페라 작품에만 익숙했던 나에게 완전히 새로운 해석과 연출로 바뀐 현대예술을 얼마나 이해를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오늘 밤 나는 끝없는 생각에 잠을 못이루고 있다는 그것이 중요하다.
2018-11-2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