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타운 클린업 날' 행사 일정이 확정되었습니다. 진발레스쿨 학생들 꼭 참가하여 주세요.”지난달 타운 거리청소가 있으니 봉사에 참여하자는 내용이 카톡으로 왔다. “토요일 아침에 발레수업이 있는데 어떻게 하지? 무용공연 봉사도 아니고 거리 청소한다고 하면 우리 학부모님이 좋아할까? 진 선생은 이것저것 다 참가한다고 주변에서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나는 선뜻 답장을 못 보내고 있었다.
“몇 살부터 가능한가요? 청소도구 필요한가요? 학부모님도 참가해도 되나요? 학생들 이해가 쉽게 부로셔 있으면 보내 주실 수 있나요? ”혹시 빠져나갈 방법이라도 찾듯이 괜히 이것저것 물어본다.“ 시에서 다 준비합니다. 그냥 몸만 오시면 됩니다.” 발레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문득 거울에 비추어진 내 모습을 보고 결정 못 하는 속마음을 들키기라도 한 듯 스스로 깜짝 놀란다. 그래 결정하자. 우리 다 같이 주말 아침 운동하는 기분으로 우리도 타운 깨끗이 청소하자. 그리고나서 학부모에게 봉사의 중요성을 열심히 설명하였다.
날씨도 화창한 토요일 아침 선크림 잔뜩 바르고, 선글라스, 모자, 운동화등 청소할 수 있게 완전무장을 하고 우리는 모였다. 항상 함께 봉사하는 남가주 사진작가 협회팀도 반갑게 인사한다. 아이들과 학부모님과 함께 거리청소를 시작하였다. 윌셔와 벌몬을 두 시간 반 동안 땀 흘리며 열심히 청소하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댕큐 ”하며 지나간다. 나누어 주었던 고무장갑은 완전히 찢어지고 먼지가 엄청났지만 수많은 쓰레기에 청소를 중단할 수가 없었다.
“자기 방 청소 한번 안 하던 우리 아이가 오늘은 정말 열심히 청소하네요. 오죽하면 우리 딸 별명을 뱀이라고 했겠어요. 그 자리에 그대로 잠옷 벗어놓고 그 자리에 그대로 다시 들어가고.. ㅎㅎ 이런 행사가 자주 있어야 해요.” 함께 참가한 클레이어 엄마는 열심히 청소하는 아이 모습에 무척 대견해 하였다. 타운이 왜 이렇게 지저분할까? 그동안 나는 무슨 생각으로 살았나? 거리청소는 청소부 아니면 티켙을 받고 돈을 못 내는 사람들만 하는 거라는 고정관념이 내 생각이었다.
내가 안 해도 누군가 당연히 할 거라는 생각에 단 한 번도 내가 빗자루를 들고 타운을 청소한 적이 없다. 우리 학원 건물 옆도 쓰레기와 새똥으로 항상 가득했다. “왜 관리인은 청소를 안 하는 거야”하며 매일 지나갈 때마다 마음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런데 오늘 거리 청소를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한순간 눈이 번쩍 뜨이며 불만의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지저분하다고 느꼈으면 내가 청소하면 되었을 텐데 왜 그동안 나는 못 했을까? 아니 어쩌면 청소할 마음은 있었는지 모른다. 거리청소의 날을 정하고 타운을 깨끗이 청소해보니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였다. 내 마음 속 작은 씨앗에 불씨를 커 주었고 깨달음을 주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우리 학원 건물 옆길을 혼자서 빗자루를 들고 두 시간 동안 청소하였다. 내 마음도 깨끗해졌다. 깨끗해진 거리가 마치 레드카펫이 깔린 무대인 양 “ 글리사드 제떼 ” 하며 발레 점핑스텝을 밟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어본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였지만, 내 글을 통해 한 명이라도 나와 같이 생각이 바뀐다면 도스토옙스키가 말한 것처럼 나는 양파 한 뿌리보다 더 많은 선행을 하였다고 수호천사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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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