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에 세종문화회관을 처음 개관했을 때 영국의 로열발레단에 내한공연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초등학생이었고 엄마와 함께 마고트폰테인의 발레공연을 처음 보았다. 나비처럼, 깃털처럼, 요정처럼, 사뿐사뿐 발끝으로 어떻게 저렇게 춤을 출 수 있을까? 사람이 맞을까?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나도 발레리나가 되어 무대에 서고 싶었다. 동화 속 왕자님과 함께 춤을 추는 꿈을 꾸었다. 마치 주인공 된 기분이었다. 그날 본 공연은 어린 나이였지만 하나의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으며 가슴이 떨렸으며 온몸에 전율을 느끼면서 힘이 빠져 쓰러질 거 같았다. 그 당시 나는 스탕달 신드롬을 느낀 것일까?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집에 못 가고 무대 뒤에서 마냥 기다렸다. 오늘은 놓치면 절대 안 될 것 같았다. 숙소로 돌아가려고 대형버스로 올라타는 무용수들에게 사인을 부탁하자 그들은 미소 지으며 친절하게 일일이 프로그램에 짧은 글과 함께 사인을 해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무어라고 사인해 주었는지 궁금해 영어사전을 찾아가면서 해석을 해보았다. 사인한 내용 중에는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집니다. 미래의 발레리나 소녀에게”라고 쓰여 있었다.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발레리나 마고트폰테인의 춤은 내 인생을 발레의 세계로 이끈 전환점이 되었으며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확실한 목표가 생기면서 동기부여의 불을 지펴주었으며 롤모델이 되어 나를 하나씩 변화시켰다. 그날이 마치 내 인생에서 앞으로 살아갈 길을 알려 준 날이었다. 연습하는 과정에서 힘들고 지치는 날이 더 많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항상 뒤에서 말없이 격려와 용기를 주고 도와준 엄마가 있었기에 꿈을 이룰 수 있게 해 주었다. 마고트폰테인은 내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주었고 그녀처럼 되고 싶어서 많은 노력을 하였고, 지금도 발레를 천직으로 생각하며 살아왔으며 아이들을 가르칠 때 가장 행복하였고, 발레 선생님이란 직함이 나를 건강하게 만든다. 어디를 가도 발레 이야기가 나오면 자신 있게 하루종일 수다를 떤다. 유치원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아이들은 예쁜 발레뜌뜌를 입고 일 년 동안 배운 발레를 엄마 아빠 앞에서 자랑하며 춤을 춘다. “나는 커서 발레 선생님이 될 거예요.”라고 장래희망과 꿈을 여러 사람 앞에서 크게 외치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가 어린 시절 마고트폰테인을 롤모델로 설정하였듯이 아이들은 나를 닮고 싶어 한다. 성공한 대부분 사람은 그들의 인생에서 롤모델이 있었으며 그 사람처럼 되려고 큰 노력을 한다. 끊임없이 나의 열정에 불을 지펴줄 훌륭한 롤모델을 설정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을 닮아갈 것이며 성공이라는 결실과 함께 삶이 달라진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2018-12-3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