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중, 미국 오케스트라 유럽순회단이 독일군에게 포로가 되었다. 마침 적군 지휘관은 음악을 사랑하는 장군으로 이들을 잘 예우하며 많은 연주를 하도록 배려해 주지만 단장과 장군은 여러모로 충돌한다. 그 와중에 미군 낙오병 둘이 숨어 들어오고 그들을 찾던 매서운 초록눈빛의 독일군 대령은 연습실 단원들 속에 섞여있는 그들 앞으로 다가간다. 긴장하고 있는 그들 중 한명에게 손에 쥐고 있는 악기를 불어보라고 한다. 망설이며 일어서서 부는 곡은 미국국가 'The Star Spangled Banner(별이 빛나는 깃발)'의 첫 소절이었다.
기분을 망친 대령이 나간 후 단원들은 그들을 탈출시킬 작전을 꾸민다. 마침 여성단원에 관심을 보이는 장군의 마음을 이용해 데이트를 청한다. 장군의 방안 식탁에 촛불이 켜지고 와인을 마시며 둘이 은밀한 시간을 갖는 동안 두 낙오병은 높은 종탑꼭대기로 연결된 외줄을 타고 올라감에 맞추어 바그너의 '탄호이저'서곡 음악도 점점 고조되어 올라간다.
독일군 장군은 하필 이 곡이 연주되는 것에 심상찮은 의도가 있음을 아는 듯한 말을 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밖에서는 초록눈빛 대령이 탈출병을 찾아 뒤지는데 드디어 음악이 최고음으로 치달을 때 외줄에 매달린 미군을 사살하는 총성과 선율은 아우러지고 단원들은 참담한 얼굴로 연주를 계속한다.
결국 패전한 독일군은 퇴각명령을 받고 냉혹한 초록눈빛의 대령이 오케스트라 단장을 총살하려는 낌새를 눈치 챈 장군은 연습실 한구석에서 그를 사살하고 공포를 쏘는 것으로 단장의 목숨을 살려준다. 그러면서 '서로가 편안한 관계로 다시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란다'며 떠난다.
클래식 대가들의 주옥같은 대표곡들이 나오는 영화 '카운터포인트 (대위법)' 얘기다.
음악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 앞에서는 너와 나 사이에 어떤 이념도 체제도 쟁점화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음악은 사람의 혼과 양심을 불러일으키어 사람과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위대한 저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쟁 중이라고 예외는 아니라는 걸 보여준 거다.
지난 13일 매사추세츠주 피츠필드의 한 체육관에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한 사람이 이상증세가 없는지 기다리는 동안 대기자들과 의료진에게 첼로 연주를 했다.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연주자는 거장 요요마였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긴장과 침묵 속에서 갑자기 흘러나오는 감미로운 첼로 선율에 일순간 실내가 고요해졌다. 거장의 첼로 연주 '깜짝 선물'에 감동한 현장 의료진과 주민들은 "정말로 치유가 되는 기분이었다"며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연주자의 감사와 듣는 이들의 위로의 순간이었다.
지난해 봄 전국 봉쇄령으로 집에 갇힌 이탈리아에서도 지긋지긋한 삶을 그나마 견딜 수 있게 해 준 것도 음악이었다. 어떤 오페라 가수는 창문을 열고 이웃들에게 아리아를 선물했으며, 이곳저곳 건물 발코니에 한 명씩 악기를 들고 나와 합주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 주었다.
코비드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의료체계가 붕괴된 상황에서 지친 의료진이나 환자들 모두에게 이런 감동의 순간마저 없었다면 그 고통스러운 시간에 얼마나 더 고단했을까?
그러고 보면 누군가의 말처럼, 음악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보고, 죽음 앞에서도 써야하고, 감옥에서도 자유롭게 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다.
2021-03-3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