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에는
섬이 있다
죽은 몇 그루의 나무가
차마 희망을 버리지 못해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그 강
그 섬
그 나무
열매 맺지 못한
불임이 어설픈 몸짓을 가지고
그대를 향한
날카로운 삿대질
그 나무
그 섬
그 강 주위에
사람들은
희망처럼 살아 있다
이 시는 1995년 한국에서 신인상을 받은 필자의 등단작이다.
보기만 해도 괜스레 얼굴이 달아오르는 건 단순히 부끄럽고 창피해서라기보다는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다지 발전하지 못한 내 시에 대한 부끄러움과 아직도 읽히는 젊은 날의 열기가 전해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개개인의 삶은 그렇게 외따로 떨어져나와 이루지 못한 많은 것들로 인해 불특정 다수를 향해 삿대질하는 거 아닐까 싶다가도 그런 개개인을 떠나서 둘 셋 무리를 지어보면 우리가 손가락질하던 그 누군가와 우린 희망을 나누며 사는 게 아닌가 싶다.
많고 적음의 차이일 뿐 결국 거대한 대륙도 거대한 섬일 뿐이고, 우리는 완벽히 같을 수 없기에 완벽하게 다른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 미묘하지만 확연한 차이를 줄이고 인정하는 것이 살아가는 지혜가 될 것이다.
2022-04-0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