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강, 그 섬, 그 후
김준철
그 강은 흐르고
섬은 남는다
강소리는 섬에 남고
섬소리는 강을 따라
섬을 떠난다
강소리를 퍼다
우물에 담던
오래된 아이들은
이미 강에 뿌려졌다
그렇게 강은 섬에 묻히고
섬은 가라앉는다
그 후
섬은 흐르고
강은 남는다
지난번 올린 시의 속편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어느새 우리는 감당할 수 없이 빠르게 흐르는 시간의 위에서 살아가고 있다.
한 번의 포스팅으로 수백, 수천, 수만의 사람들에게 내가 뭘 먹었는지, 어딜 갔는지, 누구와 있는지를 알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우린 어쩌면 더 무심해졌는지 모른다. 손가락만 까닥이며 무수한 정보들을 흘려보낸다. 더는 내면에 채우지 않는 것 같다. 적당히 좋으면 '좋아요'를 더 좋으면 공유 버튼을 누를 뿐이다.
우린 모두 흘러가는 섬이다. 흘러갈 수밖에 없는, 시간의 흐름에 조금씩 쓸려 사라질 존재인 것이다. 우린 강이 우릴 흘러 지나간다고 생각하지만, 긴 시간으로 생각한다면 결국 우리가 지나가고 강이 남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가게 될 나의 소리에, 누군가의 신음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잠시라도 머물며 깊이 이야기를 되뇔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022-04-21 17: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