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걸음으로
목련치마 흔들리며
춤추며 오는 그대
막 터져 나오는 인동꽃내음이
바람을 간지럽히면
녹음사이로 새어나오는 여린 잎의 웃음
또 다른 고향,
흐트러진 먼 숲으로 향하는 첫걸음
푸른 바람의 그늘 밑에서
그대가 그리운 것은
긴 겨울을 견디며
나를 불러서이듯
그대를 부르면
오월이 답합니다
오월을 부르려다
당신을 부릅니다
우연찮은 기회에 한국에서 가곡을 만들 기회가 있었다. 불과 작년 일이었다. 이렇게 저렇게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그 지난해에 썼던 시를 보내어 만들게 되었다.
이수정 작곡 소프라노 임청하 교수가 불러 주셨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유투브에 제목을 검색하면 나올테니 한번쯤 들어봐주시면 좋겠다.
지난 달, 한국을 방문하며 새삼 느끼게 된 것들 중에 하나가 풍경에 대한 생각이다.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젊은 시절에는 어디를 가나 분위기 좋은 술집이나 흥겨운 클럽과 또 여러 무리들을 만나는 일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 한국 방문에서 아주 작은 산사에 들리게 되었는데 마침 그곳이 젊은 시절에도 몇 번 방문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모든 게 그대로임에도 전해지는 그 모두가 새롭기만 했다.
산사 앞 작은 찻집에 앉아 있자니 예전에는 전혀 듣지 못했던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가 들려 왔다. 짧은 시간에도 변해가는 풍경의 색감이 들어왔고 오랜 시간의 무게마저 느껴졌다.
가만히 앉아 이 주어진 모든 조건들에 집중하는 시간.
문득 이렇게 늙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을 들여다보며 듣고 보고 느끼는 것들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었다. 아마도 더 늙으면 이 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함과 아쉬움이 조급함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지금 당장, 대단하지 않은 풍경이라도 작은 공원 벤치에라도 앉아 나를 모두 내어주고 나를 채우는 많은 오월의 풍경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2022-05-2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