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은 밤에 속한다
김준철
잠과 잠 사이
빛이 스치는
순간이라는 하루
달이 떴다 냉소는 짧고 길게
낮으로 스민다
깊은 숲은 소리가 없다
별다를 것 없는 날들 속으로
소리를 내며 비가 내린다
질문들이 바닥에서 빗물로 튀어 오르고
터벅대다 멈추는 숲
길을 멈추고
길을 생각한다
낮에 달이 뜨면
나는 네게 문장으로
읽힌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어두운 밤 사이에 허락된 짧은 빛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일지 모른다. 그래서 종종 시간 감각이 뒤틀어지면 우린 밤을 낮처럼, 낮을 밤처럼 살아가기도 한다.
우리의 마음도 그러하다. 속마음을 숨기기도 하지만 숨긴 속마음을 몰래 다른 사물이나 현상에 비추어 들어내기도 한다.
그것은 어쩌면 오랫동안 숨을 참았다 어느순간 수면 위로 올라와 길게 물을 뿜어내는 고래의 호흡같은 것 일 수도 있다. 결국 살아내기 위해서는 부득이하게 토해내는 작업도 필요한 것이다.
‘숲’ 같은 도시에서 소음과도 같은 ‘질문’들이 난무한다. 바쁜 걸음으로는 누구의 마음을 읽을 수도 없다.
가만히 ‘낮달’을 응시하듯 종종 우린 서로를 바라봐야 한다.
2022-07-15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