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준철의 ‘시 쓰고 중얼중얼’ 23. 마른 칼이 슬프다
김준철
철철 우는 그녀 앞에서
난 같이 울지도,
애써 달래지도 못했다
그러는 사이
아내의 울음은
길어졌고 깊어졌다
멎었다 이어졌고
낮았다 높아졌다
철철 우는 그대 뒤에서
난 따라 울지도,
왜 우냐 묻지도 못했다
어느새 나는
뭉뚝한 시인이 되어 버렸다
이 시는 무감각해진 시인의 노래가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 쉽게 마주치는 누군가의 삶이고 어떤 이에게는 사소한 부부싸움일 수 있는 에피소드인 것이다.
일반적인 부부와 다를 바 없지만 이민 사회 속에서의 부부는 결국 그 ‘이민’이라는 특별하고 애매하며 어색하고 억울한 스텝이 하나 더 놓여 있는 것이다. 그래서 때때로 더욱 외롭고 더욱 슬프고 못내 애달픈 하루를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많은 것을 내려놓고 보잘 것 없는 시인의 아내로 낮선 땅에 정착한 그녀의 고단한 하루와 그것을 참아내며 견디는 호흡을 예민한 시인은 잘 알고 있다. ‘잘 알고 있다’는 그것으로 하여금 아내를 외면하게 만드는 아이러니.
함께 울음을 터뜨리는 무너짐만으로 위로가 되는 날도 있으리라.
2022-07-29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