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넓은 길을 만들지 않는다
어렴풋한 길 사이로
녹색의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흩어지는 햇살의
꽃망울이 다시,
가벼운 흔들림으로 앉는다
숲은 그렇게
엷은 길 위로
기억을 덮고 시간을 덮고
길이 길을 덮고
자박이는 이슬을 밟고
숲길이 끝나는 곳에
그대가
고된 어깨로
아직 나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저마다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이야기는 결국 삶의 구비를 말한다.
어쩌면 ‘이민’이라는 커다란 흔들림이자 꿈이자 사연이 뿌리를 떠난 우리에게는 더 큰 삶의 주름을 만들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수없는 떠남과 돌아옴의 결을 가진 이민자의 삶을 살았다. 그러기에 늘 새로운 길에 대한 기대나 설렘만큼이나 두려움과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아내를 만나고 멀리 조지아로 새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엘에이에서 떠났을 때의 기억이다.
서툰 시작이고 낮선 도시에서 분명한 목표와 선명한 믿음으로 함께 한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이 시를 만들게 했던 것 같다.
삶이라는 숲에서 발로 밟아 만들어내는 작은 오솔길. 그 길을 걷는 불안함과 고단함 중에도 우리는 하나의 대상을 향한 믿음이 다리에 힘을 주게 만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2022-10-1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