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김준철
마지막 걸음을 남겼기에
없어도 좋습니다
충분히 후회하고
마음껏 이별을 끌어 안습니다
한 걸음의 여유가
그 안도가
당신을 또렷하게 만들어서
다음의 시간을 살아가게 합니다
데이블에 올려진
작은 로즈마리가 불어오는
바람에 결국 속내를 드러냅니다
호흡이 실리는 가벼운 순간에
우린 종종 기대하지 않던 만남을 가집니다
있으나 없는 가벼운 날이
지나가며 한숨같은 발자국을 나란히 찍습니다
있으나 마나한 날은 있어야 할까요? 없어야 할까요?
매일이 의미있고 가열차고 빠듯하고 빼곡하게 차야만 보람된 날일까요?
숨을 쉰다는 것은 결국 들이쉬고 내쉬는 반복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어느 쪽만 계속 반복한다면 계속 이어갈 수 없을 것입니다.
분주한 시간들을 이어가며 더욱 분주할 12월을 준비하며 문득 아직 12월이 남았구나 하는 안도의 숨을 내쉬던 날이 있었습니다.
얼마나 불안하게 시간을 카운팅하고 있었는지도 깨닫게 되었던 날입니다.
"그래 아직 저 앞에 또 다른 1달이 기다리고 있고 난 아직 여유가 있다"라고 끄덕이는 순간, 혼란스럽고 분주하던 일들이 선명하게 일상에 안착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가벼운 한숨으로 무거움을 덜어내고 저만치 이어질 시간을 바라보며 은은하게 번지는 짧은 안식도 즐겨 볼만 하답니다.
▣김준철 시인은
'시대문학' 시부문 신인상, '쿨투라' 미술평론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 '바람은 새의 기억을 읽는다'와 전자시집 '달고 쓰고 맵고 짠'등을 펴냈다.
제 20대 미주문인협회 이사장 역임하고 현재 미주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월간 문화예술전문지 '쿨투라' 미주지사장, 문화예술비영리재단 '나무달' 대표, 계간지 'K-Writer' 및 한미문화예술인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junckim@gmail.com
2022-11-04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