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농증
김준철
코가막힌다
무언가코를막아서
자꾸만코를만져도
자꾸만코를풀어도
가시지않는
그호흡의압박으로
좁혀들어오는코막힘
수면의호흡을막아
꿈을잃어버리게,
기억의호흡을막아
상상의날개를자르게.
통신의호흡을막아
나의문이잠기게.
접시물에코박듯
세상한구석에박힌
나의코는떨어지지않는다
오랜 전에 쓴 시이다. 새삼 이 시를 다시 꺼낸 것은 마스크로 답답한 마음이 한계를 들어냈던 날이었다. 인간이란 적응의 동물이라 조건이 주어지고 그 조건이 상당 기간을 이어가면 거기에 맞춰서 살아가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랬다. 하지만 이 ‘마스크’는 3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에도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는다.
우리 삶에는 어쩌면 그렇게 늘 가로막는 무언가가 존재해 왔는지 모른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우리가 그 존재를 찾아다니며 막힘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순종과 나만이 어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순응.
어쩌면 지금의 답답함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불안감이 가져다 주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22-11-1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