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닿은 나무
김준철
저 끝,
보일 듯 말 듯 가느다란……
묵묵히 흙 알갱이 사이를
헤집고 솟아, 자라고 있는
저 깊고 아득한……
뿌리에서부터
또 다른 정점에
위태하게 매달린
허공에 발 하나 디디고 버티는
오랜 갈증으로
더 오래 기다릴 줄 아는
저 끝.
우리는 모두 뿌리를 떠난 존재이다.
굳이 본국을 떠나 온 수많은 사연들을 끄집어 내지 않더라도 결국 우리는 어머니의 자궁에서부터 떠나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린 끊임없이 어딘가로 향하고 자라고 향하고 떠나고 향하고 머물었다.
나무를 바라보다 문득 뿌리의 모양이나 가지의 모습이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뒤집힌 풍경에서 하늘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나무의 아이러니를 마주하게 되었다.
안간힘을 다해 하늘을 향하려던 나무의 절박함이 우스운 몸짓인양 가벼워졌고 다리 하나로 애써 버티며 내내 가지를 하늘로 가져가는 나무의 의지가 어쩐지 처연해 보이기까지 했다.
양 끝, 떠나온 곳이 머물던 곳이고 또 돌아갈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2022-12-0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