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 지고, 서럽고
김준철
꽃이 피어 서럽고
꽃이 지어 서럽다
넓은 땅도, 좋은 집도
원치 않는다
작은 온기에
잠깐 기지개켜듯 피고
한숨처럼 사라질 터
긴 겨울의 밤
불 없이 집을 찾고
집 없이 길을 떠난다
그 어디 쯤
너는 나를 한번 바라보고
흔들리다 흩어질 터
어느새 2023년, 3월을 만났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참 시간은 무표정으로 저벅저벅 자신의 길만을 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매주 수요일 12시 즈음 라디오 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게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볼꺼리를 소리하는 자리다. 여기서 얼마 전에 영화를 보며 썼던 시를 소개했는데 그 시를 이번 달에는 소개할까 한다.
이번 시는 영화 ‘남한산성’을 보고 쓴 시로 김윤석과 이병헌이 주연으로 나오고 여러 유명 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한 작품인데 그 무엇보다 어느 편도 들 수 없게 만드는 첨예한 사상적 줄타기 위에서 벌어지는 모습과 온전히 혹한의 한국 겨울 풍경을 담아내어 그 절경 역시 쉬 눈에서 지워지지 않는 영화였다.
시간이 되시는 분은 한 번쯤 찾아보아도 후회하지 않을 명작이라고 생각된다.
2023-03-0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