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슬프다
김준철
은연중 낯설음으로
서로거 서로를
지나간다
안보이는 것을
굳이 보려는
사람이 쓴
발표할 곳 없는 시는
그 사람처럼
슬프다
의연하게
무표정으로 지나가는
하루를 막아선
늘어진 몸뚱이가
절망을 친숙함으로
버티고 버티다
냄새나는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급히 잠을 청하는
불면의 밤이
슬프다
중년의 가벼움을
굳이 무겁게 집어들고
주머니에 맨손을 집어넣고
간신히 걸음을 움직이며
시작하는 슬픔이
슬프다
시인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던 젊은 시절, 가장 많이 한 말 중에 하나는 ‘시인은 당당하게 가난할 수 있다’라는 말이었다. 또 그 당시에는 문학의 고단한 걸음을 인정하고 받아주는 시대였다. 시집 몇권을 맡기고 술집에서 외상술을 마실 수 있었던 시기였다. 그렇게 시인이 되고 중년이 되면서 시인은 마냥 가난에서 당당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적어도 나라는 인간은 그런 시인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 많이 사랑하는 것들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기 위해 또 다른 사랑하는 것을 원망해야 하는 일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아직 난 그 모두를 애써 붙잡고 있다. 그 슬픔이 다시 사랑이 되기를 바라며…
2023-06-3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