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다 지친 나는
그대를 어르다 지친 나는
화도 내고
윽박도 지르고
한동안 멀리 떠나기도 하고
깊이 숨어들기도 합니다
이래도
저래도
답이 안 나오면
물끄러미
바라보고
살며시
귀 기울이기도 합니다
둘 중 하나는
끊임없이
무언가 해야 합니다
필자는 아버지를 닮았다. 아버지는 전형적 이북 스타일이시다. 하여 나는 한창 때, 상당히 다혈질의 성격을 소유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방식에서도 그러했다. 그래서 만나는 상대방을 제법 고생시킨 적이 많았다.
그리고 가정을 이루고 도망칠 곳도 없는 상황에서 끝 간 곳없이 부부싸움을 할라치면 정말 답이 없었다. 그러다 한 날, 잠든 아내의 지친 숨소리를 들으며 서로가 같은 소리를 다른 호흡으로 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내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청했다. 어떠한 형식으로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신경전은 무의미한 것 같다. 누구든 먼저 그리고 끊임없이 사과를 청하는 것이 백 번 맞다.
2023-07-1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