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것들은
마지막 겨울 바람 앞에 몸을 드러내지 않는다
자꾸만
춥다고 창문을 두드리는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이들의 울음소리가
새벽의 적막 속에 나를 깨운다
그 얇은 햇살에
아직 녹아 내리지 않은 냉기를 가지고
감은 눈을 뜨기 전,
눈꺼풀의 미세한 떨림 사이로
난 그들의 나뭇가지로 부터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말았다
떨어진 이들을
다시 가지로 올리던 바람으로 인해
내가 열지 않아도 열린 창문 사이로
녹슨 아이들이 빠져 나가고
아이들의
부서진 자전거 바퀴소리가 문을 닫는다
……쿵……
바람만 불지 않아도 따뜻할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의 첫 시집 ‘꽃의 깃털은 눈이 부시다’에 수록된 작품이다.
부끄러운 작품이기도 하지만 한없이 뜨겁고 열정 가득했던 젊은 날의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다.
왜 그 푸른 날들 속에 유독 추웠고 외로웠고 괴로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의 말미에 적힌 글귀처럼 바람만 불지 않아도 따뜻하리라 생각할 만큼 예민한 감성을 가지고 있었던 듯 하다.
모든 게 너무나 빠르고 또 빠른 만큼 무디게 살아가게 되는 요즘이다.
계절을 느끼기 쉽지 않은 캘리포니아에서 조금은 예민하게 하루를 살아보는 것도 그리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다.
2023-11-2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