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 겨울이 비친다
살얼음으로 불안스레 굳어있는 풍경이
거기 있다
잡음처럼 겨울비가 내리고
거울이 녹아 내린다
스르르… 땅 속으로 스며드는 나무들
앉아 있을 벤치도 없고
바라볼 새들도 없다
하늘은 무엇도 담지 않고 비어있다
땅 속 깊숙이
두터운 얼음이 자란다
겨울 밖을 거울이 비춘다
언제 쓴 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렴풋이 그 날의 냉기만이 느껴질 뿐이다.
거울과 겨울이라는 시상을 가지고 씨름하듯 애쓰던 기억도 스쳐지나간다.
왠지 거울에 비쳐진 겨울이 조금 더 춥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도 피사체의 온기가 거울에는 전해지지 않는다고 느꼈던 것 같다.
무표정한 거울 속의 모습은 결국 지금에 존재하는 나의 표정이었으리라.
텅 비어버린 하늘의 냉기가 거울에 담겨 두터운 얼음으로 자라는…
한국에서 느끼던 매서운 겨울의 쨍한 추위가 전해진 듯 내 기억의 한 켠이 시리고 아리다.
2023-12-07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