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 반즈달 극장, 그리고 8월 15일 새누리교회에서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무용공연 **<코리안 판타지>**가 막을 올렸다. 발레와 한국무용, 판소리, 아크로바틱이 함께 호흡한 순수 창작무용 무대였다. 어린 무용수들은 평화로운 아침을 뛰노는 소녀들로, 시니어 무용수들은 전쟁 속에서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천사들로 무대를 채웠다. 그 몸짓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절망을 넘어 희망으로 나아가는 내일의 메시지였다.
공연이 끝나자 한 할머니가 무대 앞으로 다가와 내 손을 꼭 잡으셨다. 떨리는 손끝과 뜨겁게 빛나는 눈빛 속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며 말씀하셨다. 춤을 보며 잊었던 청춘과 조국의 기억이 되살아났다고, 가슴 깊이 감격했다고. ㅗ리아그 순간 나는 다시금 깨달았다. 무대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과 역사를 흔드는 울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예술은 결국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다. 나는 춤을 추었지만, 무대 위에서 전한 것은 단순한 동작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이었고, 관객의 눈물 속에서 그 기억은 다시 살아났다. 바로 이것이 내가 계속 춤을 추는 이유다.
나는 지난 세월 동안 여러 광복절 무대에 올랐다. 윌셔 거리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그날의 함성 잊지 않으리”를 추었고, 다울정 앞에서는 수많은 학생들과 함께 “독도는 우리 땅” 플래시몹을 올렸다. 리들리 독립문 앞에서는 “독립이여 어서 오라”를, 우정의 종각 앞에서는 “대한이 살았다”를 추며, 예술로 역사의 고통을 되새기고 희생의 의미를 전했다. 그 모든 무대는 기억을 지켜내고 세대를 이어주는 증언이었다.
무대는 늘 나에게 묻는다. 너는 왜 춤을 추느냐고? 이제 나는 대답할 수 있다. 관객의 눈물 속에서, 내 손을 잡은 그 온기 속에서 답을 찾았다고. 춤은 아픔을 품되 아름다움으로 바꾸고, 슬픔을 노래하되 희망으로 이끈다.
예술은 웅변보다 강하다. 때로는 한 번의 몸짓이 수천 마디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전한다.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도 무대를 만들 것이다. 망각을 넘어 기억으로, 절망을 넘어 희망으로 향하는 무대를.
이번 광복 80주년 공연은 그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이 자리를 가능하게 해주신 LA 한인회와 여러 애국 단체에 깊이 감사드린다. 그들의 헌신 덕분에 우리의 기억은 더 단단해지고, 우리의 미래는 더 밝게 빛날 것이다. 나는 내년에도, 또 그 다음 해에도 춤출 것이다. 대한의 예술가로서, 발레로 대한을 기억하고 부르기 위해서..
www.koadance.org www.balletjean.com
한미무용연합회. 진발레스쿨
3727 West. 6th Street #607. LA CA 90020
Tel: 323-428-4429
2025-08-1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