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은혜로 춤추고 사랑으로 채우다

여름 햇살이 환하게 쏟아지는 지난 주말, 새 생명 시니어 대학 후원을 위한 바자회가 열렸다. 장터에는 사랑이 담긴 음식과 물건들이 가득했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서로에게 힘이 되는 축제였다.

그곳에서 한미무용연합 진발레스쿨 실버발레팀은 초청을 받아 코펠리아와 워십댄스(‘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를 추었다. 무대는 교회 앞마당이었지만 그보다 더 빛나는 순간이었다. 사랑을 전하는 몸짓이었지만, 오히려 내가 은혜를 받은 시간이었다. 뜨거운 햇살조차 감사로 느껴졌고, 맑게 열린 하늘은 내 마음을 새롭게 깨워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이것이 우리가 춤을 추는 이유구나!”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발레와 한국무용의 콜라보였다. 서로 다른 춤이 하나의 음악 위에서 결국 같은 고백을 전했다는 사실이다. 몸짓은 달랐지만, 그 안의 진심은 하나였다. 예술은 다른 길을 걸어와도 같은 자리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나영 한국무용 선생님은 내 제안을 선뜻 받아 주셨다. 발레와 한국무용의 만남을 단순한 협업이 아니라 서로를 비추며 완성되는 철학적 장면으로 바라본 것이다. 서로 다른 장르가 만나 콜라보를 이루는 순간 창작이 태어나고, 그것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뜨거운 방식이다.

무대 뒤에는 뭉클한 순간도 있었다. 우리 팀의 맏언니 이경희 씨가 오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치매로 몸이 불편했다. 공연 뒤 그녀가 말했다. “나는 이렇게 발레도 하고, 시도 쓰고, 연극도 하는데… 친구 앞에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 그 말 속에는 함께 살아온 세월에 대한 애틋함과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는 기억을 잃어가고, 누군가는 춤을 추며 하루를 살아간다. 중요한 건 비교가 아니라 오늘 내가 어떻게 살아내는가 아닐까? 모든 길이 멈추는 순간 남는 질문은 단순하다. “나는 누구였는가?” 우리가 춤을 추는 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하는 일이다.

춤은 단순한 몸짓이 아니라 흔적이다. 그 흔적 속에서 우리는 사랑을 전하고, 동시에 더 큰 사랑을 받는다. 오늘 받은 은혜와 기쁨이 다시 나를 춤추게 할 것이다. 돌아오는 길, 양손에는 바자회에서 산 음식과 꽃다발이 안겨 있었고, 짐은 무거웠지만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웠다.

예술은 삶을 노래하는 찬가이며, 그 찬가는 사랑과 감사 속에서 완성된다. 오늘 무대에서 받은 은혜와 기쁨은 오래도록 내 안에서 울려 퍼지리라 믿는다. 무엇보다 이런 귀한 자리에 우리를 초청해 주신 새생명교회와, 함께 춤으로 삶을 나눈 실버발레 단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www.koadance.org www.balletjean.com

한미무용연합회. 진발레스쿨

3727 West. 6th Street #607. LA CA 90020

Tel: 323-428-4429

2025-08-26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