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보급과 스마트폰의 등장은 우리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었고, '정보의 홍수 시대'라 불리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제는 공기나 물처럼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하지만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에게 남겨진 또 하나의 과제이다.
부동산으로 좁혀서 보자.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의 보급은 부동산 시장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오랜 시간동안 발 품을 팔지 않아도 지역과 매물 정보를 어디에서나 편하고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간단한 정보는 쉽게 얻지만 지역 동향이나 데이터를 볼 때는 조금은 당황하게 된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확한 판단을 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미 발표된 똑같은 데이터의 결과를 갖고도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를 수도 있는데, 비전문가의 경우는 더더욱 어떠한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예를들어 우리는 매월 부동산에 관한 각종 데이터들을 접하게 된다. 미국 부동산 전체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쉴러 지수를 비롯해 신규주택 착공 건수, 새집 판매량, 모기지 신청건수, 기존 주택 판매량 등 많은 데이터들이 나오는데, 이를 분석하고 기준으로 정한 다음 내가 사려고 생각하는 지역에 그대로 대입하려 한다면 크게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이유는 부동산은 특성상 로컬 경제나 상황에 따라 그 흐름이 확연하게 다른 지역과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 자동차 제조업 공장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일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그 회사가 그 지역에 여러면에서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 회사가 경영이 어려워서 문을 닫게 된다면 주변 다른 도시의 집 값이 다 올라간다고 해도 이 지역의 부동산 경기는 반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지역에 부동산을 구매할 계획이 있었다면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은 전체 흐름을 타기도 하지만 로컬적인 면에 상당히 강한 영향을 받는 분야이다. 즉, 큰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데이터는 참고로 하되, 내가 구입하려는 지역의 특성이나 데이터를 더 신중하게 확인해야 잘못된 투자로 손해를 보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일반인들의 경우 자기가 사는 지역이 아니라면 이러한 정보들은 깊게 파고들지 않는 한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무조건 데이터에 의존하기보다 로컬을 잘 아는 부동산 에이전트나 이웃들에게 정보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하나,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에 의존하다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은 바로 매물의 적정 가격을 판단하는 것에 대한 실수이다. 너무 데이터에만 의존하다 보면 좋은 매물과 시기를 놓치기가 쉽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콘도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는 단독 주택들의 경우는 크기나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업그레이드나 뷰의 유무 등에 따라서 가격의 차이는 날 수 있지만,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않은 많은 단독 집들은 집집마다 다른 구조, 다른 면적을 가지고 있어 가격 상정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같은 사이즈라도 70만달러 기준의 집들이 10~20만달러 정도 차이가 날 수 있어서 주변에 팔린 데이터만을 갖고 움직이는 것은 거의 실패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한 동네에 1200스퀘어피트 크기의 집이 2개가 동시에 나왔는데, 하나는 60만달러, 다른 하나는 80만달러에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데이터만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은 무조건 60만달러에 나온 집은 싸게, 80만에 나온 집은 비싸게 나왔다고 미리 판단하고 그 집을 볼 지, 안 볼지를 판단하고 움직이겠지만 직접가서 본다면 확연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전체적인 것을 볼 때 80만달러에 나온 집이 싸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에이전트 경험에서 볼 때 80만달러의 집은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집을 팔 때도 다른 집에 비해 그 정도는 더 받을 수 있는 것을 많이 경험해 봤다. 특히 마켓이 오르고 있을 때일수록 데이터는 참고로 하고 발품을 팔아 집의 가치를 바르게 판단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본다.
셀러들 역시 비싸게 팔린 집이 어떤 조건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면서 사이즈가 비슷하다고 같거나 더 비싸게 내 놓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최근에 같은 사이즈의 집이 팔렸다면 바이어는 낮게 팔린 집을 기준으로, 셀러는 높게 팔린 집을 기준으로 오퍼 가격과 리스팅 가격을 정한다는 것이다. 물론 에이전트들이 중간에서 설명을 하겠지만, 한동안은 데이터에만 의존을 하는 손님들을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모두 데이터에만 의존하다 보면 생길수 있는 문제들이다.
2017-07-13 01:55:03